이른바 힐링이 대세라는데, 모든 문화적 초점이 그에 맞춰져 있다는데, 왜 내 주변엔 아픈 사람들 일색이고 아프게 만드는 사람들 투성일까. 싸움 구경 만큼이나 재미난 게 없다지만 요즘 들어 그런 시시콜콜을 목격하고 난 뒤에는 비애라는 비릿함을 목젖 깊숙하게 느끼게 된다.
장날에 두부 사러 갔다가 머리끄덩이를 잡아채며 죽일 년 살릴 년 하는 아주머니들의 뒤엉킴을 보는데 주책맞게 왜 내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는지. 엎어진 좌판 아래 뭉개진 두부의 흰 살을 다시금 탄탄히 네모나게 살릴 수는 없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그걸 쓸어 담는 아주머니들의 데여 붉어진 손에서 김이 모락모락 났다는 거, 그 와중에 콩비지 바가지가 쏟아지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했다면 이는 특유의 오지랖이었으려나.
싸움은 그릇 도매점 아저씨랑 길 건너 좀약 좌판 아저씨 사이의 일이라기보다 나란히 옆자리를 차고 앉은 두부 장수 아줌마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인 법, 우리 삶을 가만히 돌이켜보면 상처는 생판 모르는 남보다 생살 속속 알아온 피붙이 같은 이들끼리 주고받는 고유의 것이라 할 때 이 모순, 이 아이러니를 나날이 극복하며 새날을 맞이하는 모든 이들이 기적의 생환자가 아닐까.
매일 얼굴 보는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못 이겨 목숨을 버리는 아이들의 숫자를 세기 바쁜 이 사회에서 나는 지친 내 속내를 누구에게 고백할까 전화 번호부나 연일 넘겨대고 있다. 가을 타니 이런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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