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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행복은 없죠… 이타주의와 밀접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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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행복은 없죠… 이타주의와 밀접한 관계"

입력
2012.10.2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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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불리는 프랑스 출신 티벳불교 승려 마티유 리카르(66)가 한국을 방문한다.

달라이 라마의 프랑스어 통역관을 지낸 리카르 스님은 부친인 철학자 장 프랑수아 르벨과 함께 펴낸 를 비롯해 등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로도 유명하다. 를 시작으로 올해 까지 여러 권의 사진집을 낸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박사 학위까지 받은 세포유전공학자였지만 20대 후반에 과학자의 길을 접고 출가해 국적까지 네팔로 바꿔 40년 넘게 히말라야에 머물며 티벳불교의 법왕 딜고 켄체 린포체를 시봉했다.

네팔 셰첸사원 주지인 티벳불교 닝마파의 랍잠 린포체 스님과 함께 11월 1일 한국을 방문하는 리카르 스님을 29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리카르 스님은 "행복의 추구는 이타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사랑과 연민은 가장 긍정적인 감정상태일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의 연기성과도 조화를 이룬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가.

"여러 명상가를 대상으로 몇 년 전 미국 위스콘신주의 매디슨대학의 '마음과 삶 연구소'가 진행한 연구에 참가했다. 256개의 센서를 붙이고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fMRI)로 뇌의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 15명 이상의 숙련된 명상가들이 자비명상을 시작했을 때 좌측뇌 전전두피질이 신경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활성화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활성화 수치가 우연히도 내가 제일 많았던 걸 두고 언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불렀는데, 별로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철학적으로 받아들여 즐기려고 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은 삶의 존재 방식이며, 정신적 균형에서 얻어지는 삶의 융성함이고, 현실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다. 감각에 의해 일어나는, 단순한 일시적인 감정이나 기분이 아니다. 그러므로 즐거운 경험들을 계속 추구하는 것과 행복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런 것은 행복이 아니라 탈진으로 가는 길이다. 행복은 잘 사는 상태이고, 이타적 사랑, 정신력, 내적 자유, 안정된 마음과 함께 온다. 또한 행복은 나날이 그리고 다달이 계속하여 닦아나갈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행복의 추구는 이타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자기만을 위한 행복은 없다. 우리는 분리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랑과 연민(또는 자애와 자비)은 가장 긍정적인 감정상태일 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의 연기성(연결되어 존재함)과도 조화를 이룬다."

-과학자의 길을 걷다가 명상수행가로 인생의 길을 바꿨는데.

"과학은 현실을 경험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나는 마음을 탐구하는 불교과학이 이 범주에도 맞는다고 확신한다. 티벳의 위대한 스승을 만났을 때 완성된 인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분들의 지도 아래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을 냈고, 지난 45년간 히말라야 산속에서 그렇게 했다. 그 사이에 현대과학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지난 12년간 미국과 유럽의 뇌과학자들과 협력하여 마음공부(명상)가 뇌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천체물리학자와 나눈 대화를 담은 책()도 냈다."

-티벳불교 수행은 다른 종교의 수행과 무엇이 다른가.

"악기를 연주하거나 다른 기술을 배울 때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불교명상은 인간의 긍정적인 성품을 닦고 발전시킬 수 있게 해준다. 개개의 종교는 우리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동시에 달라이 라마가 자주 말하듯, 우리가 종교 없이도 사랑과 연민 같은 기본적 인간 가치를 닦을 수 있다. 우리는 자기집 마루 밑에 보물이 묻혀있다는 것도 모른 채 혼란 속에 떠도는 거지와도 같다."

-히말라야 수행이 아닌 평범한 생활 속에서 깨달음과 행복을 얻는 방법은 없는가.

"당연히 있다. 지난 15년간 명상에 대한 과학 연구는 하루 20분의 명상수행을 두세 달만 해도 행복과 신체건강의 수위가 높아진다고 증명했다."

-사진 작업은 수행의 방편인가.

"영적 스승과 히말라야를 사진에 담은 것은 내가 직접 두 눈으로 본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 강인함, 깊이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사진은 수행이라기보다는 나눔이다. 사진을 통해 희망을 고취하고 인간 성품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싶다. 풍경과 인물사진은 외적 아름다움에서 깨침이라는 내적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데려가고 우리 모두에게 내재된 무한한 긍정성을 일깨워준다."

리카르 스님은 1일 오후 6시 고려대 운초교육관에서 한국명상치유학회가 주최하는 '행복한 명상' 세미나에 참석한 뒤 2일 오후 7시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마음을 훈련하면 두뇌가 변한다'를 주제로 강연을, 3, 4일 경기 남양주 봉인사에서 '명상 워크숍'을 진행한다. 또 2일 오후 2시 서울 경복궁 옆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 지난 45년간 그가 찍어온 티벳불교의 스승들과 히말라야 사람과 풍경 사진 전시회도 연다. 10일까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마티유의 영적 생활과 그의 카메라는 하나다. 그로부터 이렇게 순간적이면서 영원한 이미지들이 나온다"고 칭찬했다는 그 사진들이다. 방한 소개 인터넷 홈페이지 cafe.naver.com/shechenkorea, 문의 010-9588-5182.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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