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이명원(42ㆍ경희대 객원교수), 복도훈(39), 이수형(38ㆍ서울대 연구교수)씨는 지난 25일 제45회 한국일보문학상 예심을 갖고 이장욱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 등 최근 1년 사이 발표된 장ㆍ단편소설 7작품을 본심 후보작으로 선정했다.
한국일보사가 주최하고 GS가 후원하는 한국일보문학상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국내 주요문예지에 발표된 중ㆍ단편소설과 단행본으로 출간된 장편소설을 심사 대상으로 했다. 심사위원들은 각자 추천 작품 5~10편을 고른 뒤 이 작품들을 합평해 최종 후보작을 뽑았다.
심사위원들은 이 과정에서 최근 한국소설의 경향으로 신인과 중견 작가의 격차 심화, 고립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인물의 등장을 꼽았다. 중견 작가의 장편소설에서는 유독 1980, 90년대를 그린 작품 많았다는 점도 올해 국내 소설계의 큰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이명원씨는 "작품 편수만 봤을 때 신인과 중견의 균형이 맞지 않다"며 "문예지에 발표된 단편은 신인작가 위주였고 중진작가의 활동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문단이나 저널에서 젊음, 새로움을 강조하다 보니 신인작가가 주목 받는 반면 중견작가는 문단의 중심에서 밀려났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한국일보문학상을 등단 10년 이내의 신인작가가 받은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
복도훈씨는 "젊은 작가의 작품들 중 유독 올해는 고립되고 자기 파괴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이 많았다"며 "한편으로 중견들의 장편에서는 80, 90년대 역사적 사실을 오늘의 관점에서 돌이켜보는 내용이 다수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김사과의 가 자기파괴적 서사의 전형이라면, 권여선의 는 80~90년대 향수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소설이다.
이수형씨는 "단편소설 위주인 한국문단의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한 해"라며 "단편에 강한 작가들이 장편소설을 많이 출간했지만 수작을 만나기는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올해 한국일보문학상 본심에 오른 장편소설 중, 한강의 은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장애를 가진 두 사람의 교감을 통해 인간의 실존적 문제를 정교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는 인물의 미묘한 관계를 통해 인간의 심연을 묘파했다는 점에서 호평 받았다. 임성순의 는 선악이라는 고전적 명제를 세련된 현대적 형식으로 표현했고, 김사과의 는 세계와 대결하려는 의지ㆍ도전정신이 한국문학의 다양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단편 중에서는 이장욱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이 심사위원 만장일치 추천으로 가장 먼저 본심 후보에 올랐다. 이명원씨는 "이장욱의 소설은 세계 고전문학 같은 인상을 준다"이라며 "상식적으로 설득력이 없는 설정이지만 뛰어난 가독성을 갖춘 매력적인 소설"이라고 말했다. 조현의 '그 순간 너와 나는'은 대중문학부터 순문학까지 다양한 화법이 가능한 작가의 재능을 보여주었고, 김이설의 '미끼'는 한국문학이 가진 야성적 성격을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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