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송천동에서 골프의류 브랜드 '루이 카스텔' 대리점을 운영하던 이은희(42)씨는 지난 6월 말 갑자기 본사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던 브랜드이지만 2년전 대리점을 연 후 발이 닳도록 영업, 전국 220개 매장 중 매출순위 15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알차게 운영해 온 매장의 문을 갑자기 닫으라니, 청천벽력과도 같은 통고였다.
계약 해지 이유도 황당했다. 지난 4월 말 본사에서 단체복 3벌을 보내라고 했을 때 2벌을 안 보냈으므로 본사에 막대한 피해를 줬으며 영업 방해를 했다는 것이었다.
본사는 7월부터 제품을 보내주지 않았고, 이씨가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자 애초 2년 간의 계약 만료일인 10월 5일까지만 영업을 하고 정리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동시에 이씨의 바로 맞은 편에 이씨 점포보다 대형 점포를 준비해 지난주 오픈했다.
이씨와 비슷한 시기에 계약 해지를 당한 7, 8개 대리점 점주들은 루이 카스텔이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오르자 소형 대리점들을 대형매장으로 바꾸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현재 이씨는 법원에 새로 생긴 맞은편 점포에 대한 영업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법적 분쟁이 돌입한 상태다.
루이 카스텔 본사의 배국희 상무는 "의류업체는 재고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전국 점포의 재고상황을 관리하면서 다른 점포로 이동시킨다"면서 "이씨는 그때 한 번뿐 아니라 이전에도 여러 번 본사에 제품을 달라고 했을 때 이를 거부했고 미이행률이 20~30%에 달했기 때문에 계약해지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윤철한 팀장은 "그 정도 사유는 가맹사업법 상 계약 갱신 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분쟁은 가맹사업법의 적용을 받는다. 예를 들어 계약서 상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한다고 돼 있더라도 법에 나열된 정당한 사유 없이는 10년까지는 계약연장을 거부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008년 11월 전주에서 토니모리 매장을 운영해 오고 있는 조모씨의 경우, 본사에서 2년 뒤 일방적으로 계약 갱신을 거부하고 물품을 보내지 않자 법원과 공정위에 호소해 가맹사업법 상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루이 카스텔 같은 의류업체의 경우 가맹본부와 가맹점 관계가 아니라 제조사와 위탁판매 대리점의 1대1 관계라는 이유로 공정위에 가맹사업자로 등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윤철한 팀장은 "심지어 가맹사업자로 등록돼 있는 경우에도 공정위가 강력하게 제재하지 않아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와중에 많은 점주들이 금전적, 시간적 문제로 포기한다"면서 "이를 노리고 가맹본부들이 부당한 계약해지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결국은 공정위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엄정한 법 집행을 해야만 해결될 문제"라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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