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아우디 R8 LMS컵 출전에서 3위로 당당히 포디엄에 선 유경욱(32ㆍ팀 코리아)이 가수 싸이의 말춤을 신나게 췄다. 아우디 코리아의 첫 후원 드라이버인 유경욱은 28일 중국 상하이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아우디 R8 LMS컵 10라운드 경기에서 전날 4위의 아쉬움을 풀었다. 수 많은 코너를 돌고 돈 그는 이제 막 길게 뻗은 직선 주로에 들어서 광속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팀 코리아의 대표 레이서 입지 구축
유경욱은 한국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인 슈퍼레이스에서 4차례나 챔피언에 올랐다. 2001년 온로드 레이스에 데뷔한 유승욱은 2003년 포뮬러 BMW 아시아시리즈에서 올해의 신인상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종합 2위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올 시즌에도 엑스타 GT(2,000㏄ 터보) 클래스 정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한국 모터스포츠의 척박한 환경 탓에 정체기를 겪었다. 유경욱은 "확실한 스폰서만 있었다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그는 세계 최고의 원메이커 슈퍼카 경기인 아우디 LMS컵에서 경쟁력을 드러내면서 희망을 밝혔다. 그는 "내년 시즌에 풀타임으로 출전한다면 우승도 차지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4바퀴의 180도 인생
유경욱은 초ㆍ중 시절 주먹을 좀 썼던 '일진'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오토바이의 분해 작업을 본 뒤로 인생이 달라졌다. 그는 "가게 주인이 오토바이를 수리하는데 갑자기 부품들이 쏟아졌다. 기어 변속 장치였다. 그 순간 기계에 마음을 빼앗겨 정비사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라고 설명했다. 재능도 있었다. 그는"18세 때 7개월 동안 자동차 자격증 3개를 땄다"고 말했다. '자격증 3개를 따면 카센터를 차려주겠다'는 작은 형의 약속이 유경욱의 인생을 바꾼 셈이다.
그는 특히"군대 가기 전에 오프로드의 한 팀에서 정비를 부탁해 도와줬다. 프로 레이싱팀 미캐닉 출신인데 드라이버가 계속 차 상태가 이상하다고 해서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며 "이상한 게 없다는 걸 보여주려고 탔는데 4바퀴 만에 그 드라이버의 랩타임 기록을 깼다. 처음에는 기록을 속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다. 그렇게 해서 드라이버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빼어난 기량을 지녔음에도 비인기 종목이었던 탓에 방황도 했다. 그는 "당시에는 월급과 상금이 전혀 없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 투잡을 뛰었으나 수입차 중개상 사업을 하다가 사기를 당해 4억6,000만원을 날렸고, 포크레인 몰고 공사장을 전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끝'을 보지 못했다라는 아쉬움 탓에 서킷으로 다시 돌아왔다. 내년 시즌에 아우디 코리아와 인제군으로부터 후원을 약속 받아 쾌속질주를 앞두고 있는 그는 "이번에야 말로 아쉬움이 남지 않은 레이스를 펼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상하이=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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