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탈당 이유
통합 후유증에 공천 후유증
발걸음 떨어지지 않는 결정
민주당 정신, 당에만 있지 않아
"安, 무소속 아닌 국민 후보"
후보 나서기까지 국민이 기다려
정당 있어야만 대통령 할수 있나
정당과 힘합쳐 함께 갈 수 있잖나
의원 수 감축 등 정치개혁안
비정규직·재벌 문제 해결 위해 정치권도 고통분담 모습 보여야
의원수 감축은 그런 차원 얘기
朴·文·安정책 차이 없어져
시대가 무서워 여야 차이 없어져
세후보 필수공약 함께하면 좋을것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나서 사람들이 가장 놀란 것은 아마도 캠프 좌장인 선거대책본부장을 박선숙(51) 전 민주당 의원이 맡았다는 점일 것이다. 아마추어의 반란으로 비치는 안의 도전에 프로가 가세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프로는 바로 4.11 총선에서 민주당 일선지휘부 총책임자인 사무총장을 맡았고 2006년 서울시장 선거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연달아 맡아 야권 최고의 선거통 중 하나로 불리는 이였다. 올 총선 사무총장을 맡고서는 자신에게 부여된 공천을 마다했고 총선이 패배로 끝나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당직을 사퇴해 마무리까지 깔끔하다는 호평도 잇따랐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환경부 차관을 지냈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청와대 대변인을 지내면서 '김대중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는 평가도 들었던 터였다. 한나라_새누리 세력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하는 그 기간 동안 정부와 정당에서 핵심에 있었던 이가 민주당이 잃어버린 그 시절을 되찾아오자는 싸움에서 진지이탈을 해버린 이 사건을 투고 단일화의 밑밥이 아닐까 하는 기대까지 나왔을 정도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가 여론조사상 호각세인 가운데 야권에서 문_안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정권교체는 어렵다는 진보계 인사들의 압력도 쏟아지고 있다. 안철수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인 그를 만나 단일화는 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질문이 틀렸다고 대답했다.
_민주당은 왜 나온 겁니까?
"3월에 사무총장을 맡아서 4개월만에 당으로 돌아갔더니 통합의 후유증에 공천 후유증까지 겹쳐서 어떻게 당을 끌어갈지 힘들었어요. 우선 당직자들한테 '누가 밉더라도 여러분이 민주당이다, 그 생각으로 선거를 잘 치뤄달라' 그랬어요. 그리곤 선대본을 꾸미면서 탈락한 분들한테 가장 먼저 전화를 드렸어요. 탈락이 납득하기 어려워서 재심청구까지 했던 분들, 최경환 김낙순 이기우 이평수 박광온 그 분들한테 도와주십시오, 그랬더니 그 분들이 왔어요. 그런 분들 덕분에 총선을 치른 거에요. 저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결정을 했습니다. 당직자들이 속상해하면서 술을 많이 먹었다길래 저도 마음 아파서 전화했을 정도에요. 그런데 민주당의 정신이 민주당 안에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정권교체와 정치개혁을 바라고 안철수 후보가 그 짐을 지겠다고 하는데 제가 함께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_안철수 후보와는 원래 알던 사이였습니까?
"1998년에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제가 청와대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공보수석실의 공보기획비서관일 때 자문을 받으려고 만났어요. 고속통신망을 광범위하게 보급해서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이 급속하게 늘고 홈페이지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거든요. 청와대도 홈페이지를 본격적으로 가동해서 2002년까지 전자정부의 망을 완성했어요. 정부라는 게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것처럼 전자정부도 똑같아요. 그래서 전자정부의 접근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서류를 받을 때는 인증이 필요하지만 청와대에 와서 댓글 달고 비판하는 거는 누구나 쉽게 해야 한다, 아니다, 이런 논의들에 전문가 조언이 필요했어요. 청와대 정책이라는 게 전체 부서로 파급되니까 2, 3년간 꾸준히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후 안 후보가 유학가면서 몇 년 인연이 끊어졌다가 다시 만났습니다."
_옆에서 지켜보면서 정치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은 언제부터 들었어요?
"출마결심하기 전까지는 전혀 안 들었어요. 200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하고 새로운 인물을 많이 영입할 때 안철수 후보도 그 중 하나였어요. 그때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왜 아니냐고 했더니 정치가 중요한 건 아는데 본인은 잘할 자신이 없고 스스로 잘하는 걸 하겠다고. 남들보다 특별한 기회를 정당이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그렇게 담백하게 거절을 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다른 사람이 물어보면 그 양반 정치 안 할 거다 그렇게까지 말했어요. 정치를 한다는 결심은 기자회견 임박해서 했다고 봐요."
_이길 수 있다고 봐요?
"안 후보가 작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를 양보하면서부터 대선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으니까 1년 정도 걸렸는데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결심하는 걸 (국민이) 참고 기다렸어요. 본인이 출마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지지율이 높게 나왔거든요. 그리고 출마선언을 하고 추석 때까지 한 열흘간 각종 의혹이 집중 대두가 됐어요. 그때 저희는 캠프라고 이름은 붙였는데 사무실도 못 잡고 국회잔디밭에서 브리핑하고 카페에서 회의하고 거리에서 캠프를 움직였어요. 실제로 사람도 일곱명? 추석 때까지 열흘동안 외부로부터 공격을 가장 많이 받았던 시기에야 스무명 정도로 늘었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상황실장이 사실이다 아니다 알리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 사이에 일어난 논란에 대해서 일반 지지자들이 굉장히 열심히 싸워줬어요. 캠프는 아주 최소한의 사실관계만 내놓는데 시민들이 직접 반론을 찾아내고 비교하고. 지지자분들이 저희가 어려울 때는 적극적으로 나서주는데 평소에는 조용해요. 지난 주에 한국일보에도 났습니다만 sns에서 우리 후보가 거론은 가장 많이 되지 않지만 우호적인 내용은 훨씬 많아요. 정치 무관심층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나 할까. 이런 새로운 힘들이 정권도 정치도 바꿀 수 있다고 보는 거지요. 지난 정권에 실망해서 2007년에 한번 바꿔봤는데 저 세력이 더 터무니가 없다, 여기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있어요. 안철수 후보가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에 반대한다, 이런 이야기를 했고 균형적인 정책을 제시하니까 국민들이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안 후보에게서 기대한다고 생각해요."
_그래서 '국민이 불러냈다'를 강조하는 거예요?
"처음부터 그렇게 얘기했던 건 아니고 최근 열흘 사이에요. 무소속 후보라고 공격하니까 우리는 무소속이 아니라 국민후보다. 정당 없이 잘할 수 있느냐, 무소속으로 대통령을 할 수 있느냐, 이걸 많이 물으시는데 제가 두 가지 반문을 할게요. 정당의 힘이, 달리 말해 정당으로 표현되는 국회의원의 힘이 있어야 대통령을 할 수 있다고 하면 언제나 다수당의 후보만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건가요? 이른바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면 저희는 '힘을 합쳐야 합니다' 하고 화답합니다. '정권을 바꾸고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손 붙잡고 가겠습니다'. 그런 대답으로는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는데 힘을 합치자고 하면서 그 힘을 합치자고 하는 분들 가운데에 정당 분들이 계시잖아요. 힘을 합치면 그 정당의 힘도 함께 가는 거 아닌가요? 무소속 대통령으로 되겠느냐 하면 계속 무소속으로 가라는 건가요? 힘을 합쳐서 정권을 바꾸고 정치를 바꾸겠다면서 왜 그런 질문이 나오는지 이상해요."
_구체적으로 단일화 방안을 구상하거나 단일화 논의를 위해 상대편 누구를 만난 적은 있습니까?
"아직은 누구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단일화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고요."
_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경선 방식으로도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된다면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칠 건가요?
"저희는 정치를 바꾸고 정권을 바꾸려는 거에 모든 사람이 힘을 합치려고 합니다. 가정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어려워요."
_그건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면 그냥 간다는 뜻일 수도 있네요.
"정치는 유권자들과 마음이 통하는 과정이고 특히 선거는 마음을 얻는 과정인데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반드시 실패해요. 특히 단일화만 하면 이길 것처럼 여기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이번 선거의 최대 목표는 박근혜씨의 집권을 막는 거에요. 낡은 세력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은 막아내야 해요. 우리가 4월에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는데 이유 중의 하나는 낙관이에요. 사람들이 2010년 지방선거 다음부터는 총선 이기고 대선 이긴다 이런 분위기로 흘러갔어요. 다 이긴 총선인데 내가 해야지 내가 왜 안해 하는 내부의 경쟁 때문에 좋은 후보를 모셔올 공간이 사라졌어요. 국민의 마음은 생각하지 않고 다 이긴 선거로 여기고 자리 나누는 걸 보니 진짜 한심하다 하는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진 거예요. 이번 선거도 절대 만만하지 않습니다. 5년 전에 정권교체를 당한 것 아닙니까. 5년만에 다시 기회를 달라고 할 때에는 정말 치열한 성찰과 준비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_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인다는 등의 정치개혁안에 대해서는 포퓰리즘이다, 정치발전과는 거꾸로 간다, 이런 비판이 진보세력으로부터도 나오고 심지어 돌출발언이라는 평도 있어요.
"한달 전부터 정책포럼을 통해 어떻게 하면 국회를 민의의 중심으로 정상화할 것인가를 논의한 결과를 실무자 회의까지 거친 것입니다. 이건 꼭 써주세요. 안 후보가 200명으로 줄이자?이야기한 것은 아니에요. 국회 정상화를 위해 현재와 같은 공천체계와 강제당론을 우선 폐기하자고 제안한 겁니다. 비정규직이나 재벌문제 같은 것을 정치권이 앞장서서 해결하자 주장하려면 먼저 고통분담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차원에서 숫자를 줄이는 문제까지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한 거지요. 대통령의 권한도 줄이겠다고 했고요. 강제당론을 어기면 다음 공천을 가지고 불이익을 받을 수 있잖아요. 이런 류의 악순환을 끊지 않으면 아무리 숫자를 늘려도 민의를 반영하거나 다양한 분야의 대표성하고는 거리가 멀어요."
_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면 캠프 자체도 뭔가 다릅니까?
"우선 정당마다 있는 당직자가 저희는 전혀 없어요. 이곳 사무실에서 200명 정도가 일하는데 저를 포함해서 모두 자원봉사자이고요. 얼마 전에 청년 자원봉사단을 모집해서 2,300명 정도가 지원했습니다. 지역마다 지역포럼이 있습니다."
_정책면에서 다른 두 후보와 다르다고 보세요?
"안 후보의 정책은 보다 근본적이고 원칙적이에요. 비정규직 문제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물론 동일직무에는 비정규직 정규직 구분 자체를 철폐해야 한다는 것은 비정규직 2년이면 정규직으로 옮겨주기 싫어서 해고하는 것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방안이거든요. 사실 크게 보면 안철수 문재인 후보 뿐 아니라 박근혜 후보까지 정책의 차이가 없어졌어요. 시대가 무서워서 여야의 차이가 없어지는 거구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더구나 (안철수 후보의 제안으로) 세 후보가 대선일 전까지 꼭 지켜야 될 약속 10가지라도 함께 공약하면 이번 선거가 정말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경제민주화 복지 노동 남북관계에 대해서 누가 됐든 꼭 지키겠다는 걸 내놓아서 약속을 하자는 겁니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 같은 것은 벌써부터 해결될 것도 같지 않습니까?"
_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보수인사들이 안 캠프에 합류해요?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연설기획비서관이었고 4.11총선때 새누리당 공천까지 받은 사람인데요.
"그 분들도 정권을 바꾸고 정치를 바꾸는데 동의했기 때문에 오신 겁니다."
_자발적으로 오면 전두환도 반기겠다는 뜻인가요?
"그렇지는 않지요. 이태규 실장은 꼬마민주당 출신이라 그런 비유는 좀 심한 것 같아요. 정권교체와 정치혁신이 기준이고 과거에 대해서는 반성적 성찰이 필요하죠. 속상하실 유권자분들도 있겠지만 더 넓게 가야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봅니다."
"정치는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과 책임을 어떻게 행사하느냐는 것이고 누구나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누구 편에 서서 누구 위주로 누가 진짜 실천할 것이냐가 다른 거지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