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중국 지도부를 결정짓는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18차 당 대회ㆍ11월8일)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일가의 재산이 27억달러(3조원)가 넘는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정파간 권력투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미국에 서버를 둔 반 중국 사이트 보쉰(博訊)닷컴은 이미 23일 해외 주요 매체들에 원 총리를 비방하는 자료가 전달됐다고 전했다. 보쉰은 "자료들은 국가기관의 도움 없이는 입수가 불가능한 것"이라며 "원 총리를 공격하려는 좌파의 전형적인 공작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베이징의 정가 소식통은 "뉴욕타임스는 원 총리 가족이 재산형성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불법을 저질렀는지, 원 총리가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며 "이런 식의 보도라면 중국 지도자 어느 누구라도 걸고 넘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 총리가 집중 공격을 받는 것은 그가 좌파의 얼굴로 부상하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를 낙마시키는 데 누구보다 앞장섰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원 총리는 3월 공개석상에서 보 전 서기를 향해 "반성해야 한다"고 질타한 뒤 "문화대혁명이 재현될 수도 있다"고 해 좌파의 부상을 경계했다. 반편 보 전 서기를 중심으로 한 좌파는 줄곧 "원 총리는 말과 행동이 다르다"며 비난해 왔다.
차기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구성을 놓고 벌이는 정파의 막판 힘겨루기란 시각도 주목된다. 중국공산당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이끄는 공산주의청년단파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상하이방-태자당 연합세력이 더 많은 상무위원들을 선출하기 위해 사활을 건 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원 총리는 중립성향이나 공청단파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된다. 아직도 상무위원의 면면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지막 협상을 위한 카드로 활용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중국이 10년만의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전례없는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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