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주요 대선 후보 캠프의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과 잇따라 비공식 면담을 갖고 한국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 구상에 대해 탐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외교소식통과 각 후보 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데이비스 대표는 지난 18, 19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 한 시간여 동안 북핵 문제 해결 방안, 남북대화 재개, 경제협력, 통일 구상 등에 대해 의견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의 현직 고위 관리가 대선 후보 캠프 인사들과 연쇄 접촉을 가진 것은 이례적이다.
모 후보 캠프 관계자는 "데이비스 대표는 '후보가 밝힌 외교·안보 분야 공약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왔다'고 말을 꺼냈다"며 "공약의 내용과 배경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파고드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데이비스 대표의 공식 일정은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북한 정세와 북핵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외교 소식통은 "한국 차기 정부와의 정책 조율을 본격화하기 위한 각 후보 측과의 비공식 일정에도 꽤 공을 들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대표는 각 캠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주 고개를 끄덕이며 상당히 공감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후보 캠프 관계자는 "행여나 미국 행정부가 한국 대선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무척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26일 이틀 간의 일정으로 방한하면서 추가로 각 대선 후보 측과 접촉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한편 문재인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만나 "6자회담은 북핵과 동북아 문제를 논의하는 다자 외교의 틀로 유용할 것"이라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한미관계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힐 전 차관보는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 후보와 인연을 맺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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