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개표 결과와 크게 어긋난 것은 2010년 6월 실시된 제5회 지방선거 때였다. 서울시장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방송 3사(KBSㆍMBCㆍSBS)가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50.4%)가 민주당 한명숙 후보(32.6%)를 큰 격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개표 결과 오 후보(47.4%)와 한 후보(46.8%)의 지지율 격차는 0.6%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표본추출 방식의 문제점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 때까지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들은 KT전화번호부 등재 번호를 이용해 왔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집 전화 없이 휴대폰만 사용하거나 KT전화번호부 미등재자들의 여론을 청취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각 여론조사 기관들은 임의번호걸기(RDD) 방식을 도입하고 휴대폰 이용자도 반영하기 시작했다. RDD방식을 도입하면 전화번호부 미등재자들도 조사대상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조사 방식에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지면서 여론조사 결과는 기관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타나게 됐다.
2011년 10월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대표적이다. 당시 방송 3사가 미디어리서치 등 3개 기관과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박원순 후보(40.5%)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38.2%)를 2.3%포인트 앞섰다. 반면 D사가 여론조사 공표 가능 시한 마지막 날에 한 실시한 조사에서는 나경원 후보(47.7%)가 박원순 후보(37.6%)를 10.1%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실제 선거 결과 박 후보(53.4%)가 나 후보(46.2%)를 7.2%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이런 원인을 좀 더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우선 2011년부터 본격 도입된 RDD 방식의 영향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리서치 김춘석 부장은"RDD 도입 이후 샘플링에서 번호 생성 방식과 추출 방식이 달라지고 범주도 커졌기 때문에 오차가 커질 개연성은 늘어났다"고 말했다.
KT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사람들 중에는 보수층이나 고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많다. 때문에 RDD 방식보다는 여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 반면 RDD 방식을 사용할 경우 젊은층 응답률이 조금 높아지게 돼 오류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또 휴대폰 반영 비율도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휴대폰 사용자들 중에는 젊은층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표본에 휴대폰 사용자를 많이 포함시키면 야당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표본추출 방식 외에 사전에 녹음한 질문 내용을 들려주고 답변을 유도하는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과 전화 면접원 조사 방식도 응답률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대체적으로 ARS 방식이 평균 5% 안팎의 응답률을 보이는 반면 전화 면접원 방식은 평균 15% 이상의 응답률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RS 조사 방식은 끝까지 통화 내용을 다 듣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해당하는 답변을 번호로 선택해 누르는 것이어서 응답률이 저조하다. 해당 후보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지지층에서 응답률이 높게 나오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당보다는 야당 쪽이 조금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다.
또 조사 시점에 따라서도 결과가 상이하게 나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오전과 주중에 조사할 경우 집에 있을 확률이 높은 고령층과 주부들의 응답 비율이 높다. 반면 오후나 주말에는 직장인 등 젊은층의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물론 인구비례로 표본 수를 정해 놓고 조사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약간의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같은 30대라고 해도 30대 초반과 후반은 정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누구를 더 선호하느냐' '내일 투표한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등의 여론조사 문항 중에서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지지율이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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