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가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이광범 특별검사)의 25일 소환 조사에서 "명의를 빌려 준 것이 아니라 내가 내곡동 땅의 실제 매입자"라며 "직장이 경주라 구체적인 업무는 대통령실에 맡겼다"고 주장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시형씨는 이처럼 자신이 내곡동 부지 매입을 진행한 실소유주로서 대금 마련 등을 직접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아버지 이 대통령으로부터 "우선 네 명의로 부지를 사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자신이 이를 허락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땅값 12억원을 빌린 점 ▦세금을 자신이 낸 점 ▦1년쯤 직접 땅을 소유하려 했던 점 등을 들어 자신이 실제 부지 매입에 관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검찰 서면조사 때 배임 혐의를 부인하면서 "아버지에게 들은 내용대로 돈을 마련했고 구체적 사항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는 진술로, 자신이 심부름만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 셈이다. 이같은 진술 번복은 명의신탁을 했다는 혐의(부동산실명제법 위반)와, 사저 부지를 싸게 매입해 결과적으로 국고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배임)를 동시에 부인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 부부에게 명의신탁을 해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와 이 대통령이 사건에 직접 개입됐다는 의혹을 차단하는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땅값을 청와대 경호처보다 적게 부담해 국고에 8억원대의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를 벗기 위해 시형씨는 "구체적인 계약 업무는 김세욱 전 청와대 행정관 등에게 맡겼다"는 기존 입장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시형씨는 ▦직장이 경주라 김 전 행정관에게 일을 맡겼고 ▦매도인을 만난 적도 없으며 ▦지분비율이나 땅값은 알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어 배임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특검팀은 시형씨의 진술이 검찰 서면조사 때와 일부 차이가 나는 만큼 신빙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관련 자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검팀은 시형씨의 진술 변경이 혐의를 벗기 위한 '전략적 선택'인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큰 틀에서 진술을 번복한 것인지, 사실관계에 착오가 있었던 것인지 살펴보고 있다"며 "추가 소환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특검팀은 시형씨에게 현금 6억원을 빌려준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79) 다스 회장을 내주 중 소환 조사하기로 하고, 새로 선임된 이 회장의 변호인을 통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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