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본관 15층. 육군 28사단 돌풍연대 최호수(22) 하사가 일반병동 침대에 누워있던 동갑내기 부인 박은정씨를 일으켜 앉혔다. 이달 초 중환자실에서 내려온 박씨의 몸은 여전히 바싹 말랐고 얼굴은 창백했다. 그런 아내를 바라보던 최 하사가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곁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최 하사와 박씨에게 신혼의 달콤함은 3일뿐이었다. 가정 형편으로 결혼식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둘은 올 3월 혼인신고를 하고 부부가 됐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만나 8년 동안 서로만 바라보다 이룬 결실이다. 하지만 그토록 원했던 행복한 미래는 3일 만에 박씨가 갑자기 쓰러지며 산산조각이 났다.
의사 진단은 결핵을 동반한 기흉과 폐렴. 폐가 딱딱하게 굳어져 완치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치료를 받는 데만 1억원이 넘는 거액이 필요한 데다 재발도 쉽다. 병원비를 대기 위해 최 하사는 주중에는 근무를 하고 주말에는 병동을 지키는 생활을 7개월째 하고 있다. 최 하사의 머릿속에서는 '내가 못나 아내를 고생시킨다'는 자책감이 떠나지 않았다.
병 간호를 하면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복무하는 최 하사의 어려움을 알게 28사단은 연대별로 성금을 모아 올 5월 700여 만원을 전달했다. 9월 초 한국일보와 KB국민카드가 범국민적 나눔운동으로 추진 중인 내 고장 사랑운동에 동참하며 조성된 기금 200만원도 기꺼이 내놨다.
이날 이병만 사단 주임원사와 몇몇 부대원들은 직접 병실을 찾아 재차 모금한 500여 만원을 또 전달했다. 이 원사는 "워낙 성실한 군인이라 모른 척 할 수 없다"며 "도움이 필요할 때 돕는 것이 진정한 전우"라고 말했다. 구릿빛 피부에 건장한 체격의 최 하사도 전우들의 정성 앞에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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