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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이색 강력반 떴다… 건축설계로 범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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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이색 강력반 떴다… 건축설계로 범죄 막는다

입력
2012.10.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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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구 숭의동에 사는 고교생 A양(19)은 그날 집에 혼자 있었다. 낮 12시께 30대 남성이 초인종을 누르며 말했다. "택배 왔습니다." 동생이 주문한 거라고 여겨 문을 열어 준 순간 집으로 들이닥친 김모씨(35)가 흉기로 위협했다. 현금 13만원을 빼앗고 A양을 성폭행한 뒤 달아난 그는 범행 1주일 뒤에 잡혀 강도ㆍ강간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김모(53)씨는 12년간 경남 진주 주택가를 돌며 강도 행각을 벌였다. 아파트 가스배관을 타고 주택에 침입, 현금 30만원과 남성용 점퍼를 훔쳐 달아나는 등 올해 초부터 이 지역 아파트 3곳에서 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털었다. 경찰은 추적수사를 벌인 끝에 6월에야 그를 잡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와 단독ㆍ다세대 주택에서 범죄 12만4,715건이 발생했다. 그 중 강간ㆍ강제추행 사고가 4,043건, 강도는 736건이다. 이처럼 주택가에서 발생하는 강력범죄가 급증하면서 최근 범죄예방설계(셉테드ㆍCPTEDㆍ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건물을 지을 때부터 범죄유발가능성을 최소화해 범죄발생률을 줄이자는 것이다. 공원의 가로등 불빛을 환하게 하거나, 주차장 출입문 가까이에 여성 전용 주차공간을 두는 것 등이 셉테드의 일례다.

현재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 중 한국셉테드학회의 '범죄안전인증'을 받은 곳은 동부건설이 지은 '인천 계양센트레빌', SK건설의 '시흥배곧SK뷰' 등 7곳. 이 학회는 범죄유발가능성을 172개 기준으로 평가해 인증한다.

인증 아파트 단지의 건물 1,2층 가스배관에는 방범막이 둘러져 있다. 잡으면 미끄러지거나 날카로운 가시가 달려 있어 배관을 타고 주택에 침입하는 것을 막는다. 놀이터는 단지 가운데에 두고, 지상에서 1.5m높이까지 나뭇가지를 손질해 시야를 확보했다. 어린이 유괴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어두컴컴한 지하주차장은 10~20m 간격으로 경비실과 연결되는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거울 위치를 엘리베이터 옆면에서 뒷면으로 옮겨 문이 열렸을 때 누가 탔는지 알려주는 것도 셉테드"라며 "작은 설계변화로도 범죄유발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근래엔 각종 정보기술(IT)이 셉테드에 적극 적용되고 있다. '엘리베이터 센서'는 과격한 몸짓으로 인한 흔들거림, 고성 등을 감지해 경비실에 비상연락을 취한다. 360도 회전하며 반경 50m까지 감시하는 폐쇄회로(CC)TV는 밤에도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적외선 카메라 기능을 갖췄다. 주차창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밝기가 입주민의 동선에 맞춰 자동 조절되는가 하면, 택배원으로 위장한 강도 사건을 막고자 냉장기능이 있는 무인 택배함을 갖춘 곳도 있다. 택배가 도착하면 입주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보관 위치를 알려준다.

해외에선 1970년대부터 셉테드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건축 조례에 범죄예방에 효과적인 주택단지를 설계하도록 했다. 영국 정부에선 1989년부터 방범환경설계제도(SBDㆍSecured By Design)를 시행, 기준을 만족한 마을에 인증서를 발급하고, 일본도 영국과 비슷한 '방범멘션제도'를 운영한다. 범죄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코네티컷주의 하트퍼드 아파트 단지는 이곳을 가로지르는 도로 탓에 강도 사건이 잦았다. 하지만 도로 폭을 줄이는 등 정비한 결과 1975년 7월부터 1년간 발생한 도로 강도 사건 183건이 이듬해 120건까지 줄었다. 뉴욕의 연립주택단지 클래슨포인트가든도 우범지역이었다. 인구 1,000명당 매달 강력범죄 6.91건이 발생했지만 보행로, 공원 등을 손 본 뒤에는 3.16건으로 61.5% 줄었다.

강부성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교수(한국셉테드학회장)는 "경찰력으로는 범죄예방에 한계가 있으니까 범죄예방설계가 적용된 안전한 주거환경을 찾는 것"이라며 "셉테드에 대한 높은 관심은 범죄에 대한 불안감도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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