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로 예정됐던 나로호 발사가 기술적 문제로 연기됐다. 로켓 본체의 밸브 등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액화 헬륨가스 주입구의 실(Sealㆍ밀폐장치의 일종)이 망가진 때문이다. 일단 육안으로 확인된 실 파손이 최종 원인일 경우에도 교체 등 필요한 조치를 위해 최소 3일은 발사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1ㆍ2차 발사 실패 때와는 달리 이번에야 말로 나로호가 힘차게 하늘로 치솟기를 기대했던 국민에 던진 실망이 작지 않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문제는 러시아가 전적으로 책임을 진 로켓 1단 쪽에서 발생했다. 지상시설에서 초저온ㆍ고압 상태로 주입되는 액화 헬륨가스를 받아들이는 본체 연결부분의 실이 정상 작동을 하지 못해 헬륨가스가 새어 나왔고, 본체 헬륨탱크의 압력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다. 발사 중지 직후 현장에 있던 러시아 기술진이 육안으로 실의 파손을 확인, 수리를 위해 나로호를 발사대에서 내려야 했다.
파손된 실을 교체하고 나로호를 다시 발사대에 올리는 데만 3일이 걸린다니 일러야 29일은 돼야 한다. 만에 하나 실 파손 이외의 문제가 확인돼 수리 기간이 길어지거나 기상조건이 맞지 않아 국제기구에 통보한 기간인 26~31일을 지날 경우 새로 발사예정일을 잡아야 한다.
여러 가지로 답답하다. 문제가 된 실의 이상이 발사 직전 헬륨가스를 주입해 봐야 확정적으로 알 수 있다고 한다. 또 문제가 된 로켓 1단 부분은 제작과 조립, 관리, 점검에 이르는 과정과 부품의 재질과 규격 등도 한국측에는 일절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사정도 항공우주연구원의 무과실을 확인해 주지는 못한다. 기상조건이 아닌 기술적 문제, 그것도 극히 기초적 결함에 따른 발사 연기의 최종 책임,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은 어차피 항우연에 있다. 고도의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를 되돌아 보아 앞으로 발사 성공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한편으로 이번 발사 연기는 독자적 로켓기술의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를 한결 선명하게 드러냈다. 연구ㆍ기술 능력의 한계를 극복할 투자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전화위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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