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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View] 왕가·정부에 날선 비판… 트위터 열풍, 사우디의 봄 방아쇠 당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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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View] 왕가·정부에 날선 비판… 트위터 열풍, 사우디의 봄 방아쇠 당길까

입력
2012.10.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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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다의 별장이 10억달러라는 게 사실이에요? 6억달러만 내고, 나머지는 당신 주머니로 들어갔다면서요?"

무지타히드가 빈 파드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를 공격했다. 지난해 12월 트위터에 등장한 무지타히드는 '이슬람법 해석의 권위자'라는 뜻으로, 사우디 왕가와 정부의 불법 무기거래, 밀실정치, 예산 낭비 등을 트위터에 폭로해왔다. 그의 글을 보는 트위터 팔로워만 65만명. 사우디 내무부도 그를 예의주시한다. 일각에서는 그를 이반한 왕족일 것으로 추측한다.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국가 사우디에서 트위터가 새로운 공론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왕가와 정부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됐던 사우디에서 정치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공간이 생긴 셈이다. 가령 영화 상영을 금지한 데 대해 "문화를 누릴 권리를 주어야 한다" "아니다. 영화 상영은 젊은이를 타락시킨다" 등 찬반이 오간다. 교도소로 몰래 반입한 휴대폰으로 '공공 교도소 일기'를 쓰는 트위터도 있다. 그는 "잠이 든 죄수를 깨우지 마라. 그는 아마도 자유를 꿈꾸고 있을 것이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에는 왕가와 정부에 대한 비판이 많다. 무지타히드처럼 정부와 왕가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전문 트위터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정부에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최근 이슬람 최대 연례 행사인 하지(성지순례)를 앞두고 아메드 빈 압둘 아지즈 내무부 장관이 "우리 국민은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자, "그가 말하는 '우리'는 왕가만을 의미한다. 우리는 의료보험도 없고, 일자리도 없다"는 비판이 트위터를 뜨겁게 달궜다. 트위터 주요 검색어에도 '사우디 부패' '정치범' 등이 오른다. 변호사 파이잘 압둘라(31)씨는 "트위터는 마치 의회 같아요.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진짜 의회 말입니다"고 말했다.

현재 사우디의 전체 트위터 계정은 290만개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트위터의 성장에 힘입어 TV와 칼럼 등에서도 정부 비판이 활발해지면서 자유주의로의 혁명 가능성까지 조심스레 점쳐진다.

다만 이슬람에 대한 모독은 역효과를 낳았다. 올초 함자 카쉬가리(23)는 선지자 무함마드에 대해 "당신을 위해 기도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트위터를 게재해 이슬람 모독죄로 경찰에 체포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슬람교에서 선지자를 모독하는 것은 불경죄로 간주돼 심하면 사형에 처해진다.

아직 직접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대중의 사회적 불만이 직접적인 시위로 이어지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트위터를 욕구분출의 장으로 이용하는 고도의 전략을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중동에서 정권교체를 이뤘던 아랍의 봄 열기를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 복지정책을 펼쳐 불만을 잠재운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성직자 살만 알 아와다는 "국민의 불만과 좌절감이 트위터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며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정부가 외면하면 이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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