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이틀째 1,100원을 밑돌면서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1,098.2원으로 마감하더니 어제는 1,097.0원이 됐다. 환율이 1,100원선 밑으로 떨어진(종가 기준) 것은 지난해 9월 9일(1,077.30원) 이후 13개월여만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최근 원화가 급격히 강세를 보이는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 지속으로 올해 8월까지 경상수지 흑자 누적액이 223억 달러에 이른다. 게다가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확대되는 추세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돈을 대량으로 풀고 있어 해외자본 유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우리 외환 시장에 달러가 넘쳐날 것이라는 전망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원화강세가 수출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킨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도 많다. 달러가 약해지면 자본재 수입가격이 하락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물가가 안정되면서 설비투자와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여행업계 등은 원화강세를 반기고 있다. 곡물 원재료를 사용하는 제일제당 등 식품업계도 마찬가지다. 반면 우리나라 대표 수출품인 자동차와 휴대전화 등의 채산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 두 품목은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당장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수입부품 등 구매 비용이 하락하기 때문에 상쇄효과도 있다. 물론 채산성이 한계에 달한 수출업체들에 대해서는 상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의 원화 강세는 주변 환경과 우리의 수출여건으로 볼 때 구조적인 측면이 있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서 달러를 대량으로 사들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업들은 이를 계기로 환율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품질향상 등을 통해 원화강세에 대한 내성을 키워야 한다. 또 정부 차원에서는 외화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인한 환율 급변을 완화할 방안들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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