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모(58ㆍ여)씨는 5년 전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후 절망의 나락에 빠졌다. 2008년 운영하던 음식점 매출이 갑작스레 줄면서 종업원 임금, 임대료 등으로 급전이 필요했다. 주택담보 대출로 음식점을 시작해 은행 등 제1금융권에서는 돈 빌릴 곳도 없었다. 강씨는 금리가 12% 정도고 매일 조금씩 상환하면 큰 부담이 없다고 해 무등록 대부업체로부터 3,000만원을 빌렸지만 실제 받은 돈은 2,700만원뿐이었다. 선이자에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대부업자들이 300만원을 공제한 것이다. 12%라고 했던 이자도 나중에 알고 보니 연 80%가 넘었다. 이후 상환이 늦어지자 대부업자들은 "돈을 추가로 빌려주겠다"며 은행담보대출이 있는 집과 가게 임대계약서를 담보로 잡았다. "1년쯤 지나니 일수금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러자 대부업자들이 돌변해 전화 협박에 자식들 직장까지 찾아가 행패를 부렸습니다." 강씨는 집과 가게 보증금을 모두 대부업체에 빼앗겨 현재 월셋방에서 지내고 있다.
경기침체로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서민층은 늘고 있지만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박민식 의원이 공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9월 현재 사금융피해 민원접수는 총 7만3,323건으로, 2007년(3,421건)에 비해 무려 21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피해민원이 수사로 이어지는 것은 2008년 이후 3.8%에 불과한 상태다. 대부업체는 금융업이 아니라 관리ㆍ감독을 시군구에서 맡고 있는데 대부업 담당공무원은 1명당 평균 260개 업체를 담당하고 있어 사실상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대부업에 대한 전문성도 없는데다, 다른 업무도 병행하고 있어 대부업 관리업무는 업체의 등록과 폐업 신청서류를 수리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금융당국은 대부업을 금융기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관리감독을 거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부업은 개인간 거래일뿐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소지가 있는 금융업이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10년 4월 '서민금융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자산 100억원 이상의 대형대부업체에 대한 감독권을 금융위원회로 이관키로 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박 의원은 "저축은행 부실관리로 인한 비난이 금융당국에 쏟아지자, 대부업체까지 관리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말 바꾸기로 감독 부실이 방치되는 사이 서민들 고통만 심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에는 대부업 등록요건을 강화하고 대부중개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는 '대부업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 총 9건의 대부업 관련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나 다른 이슈에 밀려 대부분 계류 중에 있다.
전문가들은 대부업계의 진입장벽 높이고 금융당국의 감독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부 교수는 "일본은 업체난립과 이에 따른 행정인력ㆍ비용 낭비를 줄이기 위해 순자산 5,000만엔 이상의 대부업체만 등록하도록 했으며 1개 지역에서 영업하는 업자는 해당 자치구에, 2곳 이상 지역에서 영업하는 업자는 금융감독 당국에 등록하도록 했다"며 "우리도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는 소비자금융업체로 인정해 여신전문업체에 포함시켜 감독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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