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시민사회 힘 모을 때
朴 "시민사회의 창의적 아이디어, 기업의 도전정신·영리 목적, 정부의 복지정책과 시너지 필요"
바튼 "도르트문트, 市·기업 머리 맞대 높은 실업률 극복한 좋은 사례… 공동 목표 설정해 신뢰 쌓아야"
정체된 경제성장, 해법은…
朴 "국공립 어린이집 늘리면 직업 늘고 육아 부담 덜어 여성 경제활동 돕는 선순환 구조"
바튼 "창의·창조적 분야 중요성 커져, 엔터테인먼트 등 첨단 기술 있고 얼리어답터 많은 한국이 유리"
일자리와 주택 공급, 교통, 교육, 환경, 빈부격차, 그리고 상ㆍ하수도와 쓰레기 처리 문제까지. 현대의 도시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은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하다. 영화처럼 슈퍼 히어로가 등장해 종횡무진 활약하며 문제들을 해결하면 좋겠지만 현대 사회의 문제는 한 사람의 위대한 천재나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풀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때문에 사회를 이루는 세 주체인 정부, 기업, 시민단체의 협력과 소통이 어느 때보다 주목 받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앤드컴퍼니 글로벌의 도미니크 바튼 회장이 이 주제를 놓고, 25일 서울시 신청사 시장실에서 머리를 맞댔다. 박 시장과 바튼 회장은 모두 창의적 아이디어와 소통, 여성인력의 활용을 강조했다. 서울의 경제적 도약과 관련해 바튼 회장은 "엔터테인먼트, 게임, 소프트웨어 등 서울이 갖고 있는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라"고 조언했고, 박 시장은 마곡 융복합 단지의 국제적인 투자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음은 대담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박원순 시장=만나서 반갑다. 바튼 회장은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의장이자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맥킨지 회장으로 서울 시정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협업과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이유를 듣고 싶다.
▦바튼 회장=금융과 일자리 등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여러 도전과제가 있는데 공공, 기업, 시민사회 세 주체가 협력해야 해결할 수 있다. 향후에 닥칠 미래의 과제도 마찬가지다. 나는 서울시가 이런 협업모델의 좋은 모범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가 원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 아닌 가. 그래서 이 주제가 흥미로웠다.
▦박 시장=서울은 1,000만명 이상이 사는 대도시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데 사람이 많이 사는 대도시일수록 사회적 혁신의 과정을 통해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복잡한 문제는 관료조직 혼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업의 도전정신, 영리적 목적이 함께 어울려 더 잘 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서울은 '뉴타운'이라고 해서 한꺼번에 도시를 바꾸려는 사업이 주민들의 동의 없이 진행돼 큰 갈등이 일어났다. 모든 도시가 그렇듯 한쪽에선 노후화되고, 또 한쪽에선 새로운 집을 짓게 된다. 회장님이 알고 있는 도시재생의 성공적인 모델을 소개해달라.
▦바튼=맥킨지에서는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전세계 25개 도시를 지켜보고 있다. 물론 완벽한 도시는 없고, 일장일단이 있지만 독일의 도르트문트를 예로 들면, 이 곳은 구조조정으로 인해 실업률이 매우 높았는데 시정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기업인과 시장이 함께 모여 어떻게 하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 고민했다. 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기술, 교육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해 새롭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다. 또 토론토와 보고타의 경우 시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을 공급했는데 이 역시 민관협력의 성공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박 시장=협력을 증진시키려면 신뢰와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시는 좀 예민한 정보까지 포함해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도 27만개의 정보를 공개했다. 이런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정부, 기업, 시민사회 3자의 협력이 강화되려면 어떤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가.
▦바튼=나 역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도 성공하려면 주주의 이익을 넘어서 더 넓은 시각과 관점을 가져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떤 문제도 정부 혼자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시 정부가 기업의 접근 방식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 역시 정부의 신뢰를 얻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규제, 가격책정, 비용 문제에서도 신뢰가 필요하다. 또 시민사회 역시 정부와 기업의 활동을 막으려고만 할 게 아니라 상호 신뢰를 쌓아야 한다. 공동의 목표가 있으면 신뢰를 쌓기 쉽다. 아담 스미스는 그의 저서에서 "성공적인 기업인은 그가 활동하고 있는 사회를 잘 돌보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 누구도 실업과 사회불평등을 원하지 않는다. 공동의 목?의식을 가지면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고, 신뢰가 쌓인다.
▦박 시장=바튼 회장은 세계 25개 도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고, 한국에서 기업 컨설팅도 했는데, 서울시청이 기업, 시민사회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조언을 부탁한다.
▦바튼=나 역시 배우러 왔다. 시 정부의 역할은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공급 등 개선 가능한 분야를 파악하는 것이다. 남산 하얏트 호텔에서 묵었을 때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도로가 협소한 것을 봤다. 그렇다고 해서 그 지역사회를 전면적으로 철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시정부와 기업이 개선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분야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정부야 말로 많은 정보를 수집, 분석, 파악할 수 있어 박 시장은 과제를 선정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본다. 이런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박 시장=서울은 그 동안 고도성장을 해왔지만 지금은 정체상태다. 대통령선거가 진행중인데 경제성장의 교착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창조적, 혁신적 정책이 필요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적 기업처럼 과거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가 개척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사회복지 영역을 낭비라고 생각하지만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의 경제적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컨설턴트 입장에서 설명해달라.
▦바튼=창의적, 창조적인 분야가 중요하다. 한국은 엔터테인먼트, 게임, 소프트웨어, 다큐멘터리, 영화, 헬스 케어, 웰빙 산업 등에서 선도적인 최첨단 기술을 갖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기업들도 서울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는 까다롭고 얼리어답터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점이 장점이다. 시장께서 말씀하신 사회복지와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 듣고 싶다.
▦박 시장=복지 정책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많이 짓고 있는데 이러면 보육교사 직업이 늘어난다. 주부들이 아이를 맡기면 양육에서 자유로워지고, 평생교육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생긴다. 사회복지가 고용 창출을 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서울은 IT 산업과 게임, 영화 산업이 앞서 있어 문화와 예술이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 마곡 지역에 연구개발(R&D) 융복합 산업단지를 만들고 있는데 국제적으로 투자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또 서울엔 56개 종합대학이 있어 이들의 높은 지식, 기술과 결합되면 서울은 기술력을 가진 산업과 문화 예술의 힘으로 세계적인 관광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여기에는 기업과 시민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바튼=여성 근로자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셨는데 나 역시 동의한다. 미국보다 한국의 생산성이 낮다는 자료를 봤다. 말씀하신대로 육아시설 인프라를 구축하면 여성인력을 활용해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한 통계를 보니 한국의 근로시간이 굉장히 높은데 더 근로시간을 높이는 것보다 여성 인력을 활용해 보충하면 좋을 것 같다. 취임 1주년을 맞은 박 시장에 대해서 주변 기업가 들은 "이젠 시민운동가가 아니면서도 운동가처럼 왕성하게 일하고 실천한다"고 평가한다. 서울 명예시민으로서 서울에 긍정적이고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서 기쁘다.
정리=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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