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재판 중 고령의 피해자에게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내용의 막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법정에서 판사의 막말이 인권위원회에 진정이 될 정도로 여러 차례 문제가 됐지만 법관들의 고압적 자세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동부지법 유모(45)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오후 3시쯤 사기 및 사문서 위조 사건에 대해 피해자인 서모(66)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서씨가 피고인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피고인의 신용을 믿은 것인지, 피고인이 내세운 다른 명의자의 신용을 믿은 것인지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다. 서씨의 진술이 모호하고 말이 바뀌기도 하자 유 판사는 직접 심문에 나섰지만 여전히 불명확했다. 그러자 유 판사는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유 판사는 파문이 일자 동부지법에 "당시 혼잣말을 한 것이었으며 부적절한 언행으로 서씨에게 상처를 줘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동부지법은 유 판사가 재판진행을 계속 진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사건을 다른 재판부에 재배당키로 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막말 파문과 관련,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춘석 민주통합당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법정 내 막말 판사 등에 대한 진정은 18건으로 2010년 7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 의원은 "법정에서 가장 공정해야 할 판사가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거나, 짜증 섞인 말투, 직업이나 나이, 신체에 대한 모욕 등으로 원ㆍ피고나 증인을 가리지 않고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법원 내에서 해당 판사에 징계를 주지 않는 점이 문제"라며 "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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