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지도가 42%로 추락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러시아 정부가 야권 인사들을 잡아들이고 반정부 성향의 민간기구 활동을 제약하는 데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의 권위 있는 정치∙경제 정책연구소 '전략개발센터'는 24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푸틴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급락하고 불만이 증대하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러시아가 대규모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 9월 현재 푸틴의 지지도는 42%로 나타났다. 올 3월 대선을 앞두고 푸틴 재집권에 대한 회의가 높아졌을 때도 푸틴의 지지도는 60%를 넘었다.
응답자의 66%는 푸틴 정권이 주도하는 인터넷 검열, 시민단체 및 언론 탄압 등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중산층의 푸틴에 대한 태도는 '부정적'에서 '적대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조사를 이끈 미하일 드미트리예프 전략개발센터 소장은 "러시아에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머지않아 대규모 저항시위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빈곤층이 다수인 현재로선 혁명을 지지하는 기반이 약하지만, 점차 혁명적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태에 대해, 첫째 시민의 대규모 저항운동 발발, 둘째 푸틴이 여론 반전을 위해 인기 있는 인사들로 내각을 개편하는 것, 셋째 아무런 변화도 없이 국가 전체가 퇴보하는 것 등 3가지 시나리오를 내놨다.
'전략개발센터'는 2000년 푸틴이 대선에 첫 출마했을 때 그의 정책 개발을 위해 설립됐으나 이후 정부의 정책 개발이나 대기업 경영전략 수립에 컨설팅을 해주는 독립 연구소로 탈바꿈했다. 센터는 지난해 낸 보고서에서 12월 총선 이후 대규모 저항 시위가 일어날 것임을 정확히 예고해 유명세를 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실장은 보고서 내용에 대해 "종말론적 시나리오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평가 절하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