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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文靑 갈증 풀어준 마음의 고향" "수상이후 詩가 내게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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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文靑 갈증 풀어준 마음의 고향" "수상이후 詩가 내게로 와"

입력
2012.10.2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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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전삼혜 "문장청소년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소설도 없었을 것"시인 이이체 "수상자들끼리 만든 문학회서 문학에 대한 열정 풀어"시인 박성준 "아직도'소년문청'애칭이… 문학교류·작품 조언 큰 도움"

2005년부터 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 청소년 문학상'이 7년째로 접어들었다. 웹진 '글틴'(http://teen.moonjang.or.kr)을 통해 연중 계속 시, 이야기글, 생활글, 비평ㆍ감상글 등 4개 부문을 공모해 주장원, 월장원을 뽑고, 매해 연말 문화체육부관광부 장관상인 대상을 뽑는다. 70~80년대 '소년 문청(文靑)'의 인기를 되살리자는 취지로 기획된 이 상의 수상자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문장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문청들이 이제 등단해 프로작가 됐다. 소설가 전삼혜(25), 시인 이이체(24), 박성준(26) 씨가 그 주인공. 전씨는 2005년 8월 이야기글 '하향유하'로 주장원을, 이씨는 2006년 9월 비평ㆍ감상글 '예수의 패션을 가진 미션스쿨이여, 비밀의 코드를 풀어라'로 월장원을, 박씨는 2005년 시 '갈밭'으로 연말 장원을 수상한 바 있다. 세 작가의 작품집은 2쇄에서 4쇄를 찍으며 평단과 독자 모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1일 한국일보 편집국에 모인 세 사람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제 8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전삼혜씨는 지난해 청소년소설 (문학동네 발행)을 출간하며 '작가의 말'에서 "내 마음의 고향을 소개한다. 글틴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이 소설도 없었을 것"이라며 문장청소년에 대한 고마움을 밝힌 바 있다. 전씨는 "인문계 고교 학생들은 (수시모집에 영향을 주는) 학교출석일 수 때문에 백일장 대회 참가하기 힘들다. 참가하더라도 예고 출신이 텃새를 부리는 바람에 제 실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며 "문장청소년문학상은 인터넷 투고라 부담이 적고, 다른 백일장 대회나 청소년문학모임을 함께 갈 친구가 생겨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08년 현대시로 등단해 올해 초 첫 시집(문학과지성사 발행)를 낸 이이체씨는 문단의 떠오르는 기대주다. 문장청소년 월장원 수상 이후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해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던 이씨가 시를 쓰게 된 것은 문장청소년 월장원 수상이 결정적이었다. 이씨는 "글틴 수상자끼리 2007년부터 '졸업생 문학회'를 만들었다. 당시 1년 반 동안 책 1,000여 권을 읽으며 습작했는데, 이 모임을 통해 합평을 하면서 문학에 대한 열정을 풀었다. 시를 쓰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 무렵이다"고 말했다.

2009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한 박성준씨는 올해 봄 (문학과지성사 발행)를 냈다. 고교시절 여러 전국백일장 대회를 휩쓸었던 박씨는 "글틴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소년 문청'이란 말이 따라다닌다.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사람 모두 대학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 응시 기간 이후 수상했기 때문에 입시에 직접적인 혜택을 받지 않았지만, 문학 교우관계를 만들거나 작품에 조언을 받을 때 청소년문장 수상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문장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후, 등단을 한 프로 작가는 이밖에도 시인 김별(24) 김호기(23) 서윤후(22) 씨 등이 있다. 정대훈 문화예술위원회 예술지원부 차장은 "연간 3,000~4,000건 응모할 만큼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며 "내년에는 온라인 청소년문예지를 창간해 청소년들이 작품을 발표하고, 기성작가와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장청소년 9월 장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과 한국일보사가 공동 주최하는 문장 청소년문학상 9월 시 장원에 한지수(목포혜인여고ㆍ필명 염소의 맛)양의 '등대지기'가 선정됐다.

이야기글에서는 이승언(인천남고ㆍ질리지않아)군의 '아스파라거스', 생활글에서는 박이나(예일여고ㆍ당돌한꼬마)양의 '그리운 이름', 비평ㆍ감상글에서는 한승용(상산고ㆍ韓雪)군의 '견우와 직녀, 이별과 만남'이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글틴홈페이지(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일보사와 문화예술위, 전국국어교사모임은 문장글틴 홈페이지를 통해 연중 청소년 글을 공모하고 있다.

등대지기

염소의맛

검푸른 바닷물은 만에 차올라 긴 갈퀴같은 파도를 날름거리고

모든 생명이 숨을 삼킨 빈 부둣가

밤 낚시배의 꿈처럼 자욱한 물보라가 피어오릅니다

새벽의 한 발자국 뒤에 선 축축한 안개는

호흡의 끝자락을 잡고 왈칵 스며들어

나는 숨을 쉰다기보다 밤을 마시는 느낌입니다

머나먼 수평, 하늘과 바다를 잇는 등대

문득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바다처럼 막막했던 유년이 수평 위로 솟구치는 밤

당신, 떠날 수 없었던 배의 선장

아십니까, 하루에도 수 없이 피고 지던 밤바다의 별

언제나 당신을 중심으로 돌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남기고 간 북극성의 키를 잡고서야

나는 겨우 깨닫게 된 것입니다

아스라이 먼 수평선의 끄트머리

하늘은 녹아 바다가 되고 갈 곳 없는 바람願이 끝내 바람風으로 흩어지는

시간도 길을 잃는 세상의 가장자리가 있단다

당신께서 늘 들려주시던 세계에

비로소 도착하셨습니까, 당신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이제 얼마의 시간이 더 흐르면

바다는 진통이 찾아온 산모처럼 몸을 웅크리고

말간 해가 바람과 함께 떠오를 것을

나는 아주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등대의 불을 끄고 나면 집에 돌아가

아버지의 손자들에게 입을 맞추고

북극성을 따라가면 말이다,

꿈이 고래처럼 잠드는 세상의 끝이 있단다,

속삭여 줄 것입니다

아버지

머지않아 그들도 바다의 시계를 볼 수 있을겁니다

신화처럼 아련히 그들의 아버지를 기억할겁니다

▦선정평

왠지 고전이 된 듯한 등대지기의 삶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곁에 와 닿습니다. 뱃길을 인도하는 것은 물론 하늘길과 굴곡진 삶에 평화의 수평을 잡아주는 길라잡이처럼 말입니다. 등대 불빛은 마치 등대지기가 북극성에서 빌려온 웅숭깊은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종인 시인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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