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1년 만에 1,000원대로 떨어졌다. 심리적 지지선(1,100원)이 무너진 만큼 당분간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칫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낄까 우려된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5.4원 내린 1,098.2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해 9월 9일(종가 기준 1,077.3원) 이후 13개월 남짓만이다.
이날 환율은 0.2원 떨어진 1,103.4원에 시작해 1,102원대에서 지루한 흐름을 보이다 수출업체들의 월말 매물이 막판에 몰리면서 장 마감을 10분 정도 남겨두고 1,100원대를 내줬다. 특히 간밤 그리스와 트로이카(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간 긴축시한 연장 소식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기대 이하 경제지표 발표를 상쇄하면서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국이 저금리 기조를 재차 강조했고, 일본 중앙은행도 추가 양적완화에 나선데다 외환당국이 1,100원선을 적극 방어할 가능성이 적다는 기대가 어우러져 당분간 하락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다음 방어선은 1,080원, 적정 환율은 1,050원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속도는 가파르지 않더라도 연말까지 하락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며 "1,050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출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160개 수출기업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2.6%)이 환율 하락으로 환차손 발생 등의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수출 마진 확보를 위한 마지노선으로는 1,080원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전자 등 수출 기업들은 선제 대응에 나섰다. 특히 수출 비중이 8할인 현대기아차는 내년 환율 예상치를 시장(1,076원)보다 보수적으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연평균 환율을 1,130원으로 예상한 만큼 아직(현재 연평균 1,136원대)은 여유가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수입부품 구매 비용 절감과 수출 가격경쟁력 마이너스 요인 등 환율 하락의 장ㆍ단점을 놓고 주판을 굴리고 있다. 반면 항공, 여행, 면세, 식품 업계 등은 환율 하락을 반기고 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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