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업비 31조원이 투입돼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부도 위기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 최대 주주인 코레일이 다음 이사회에서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매입이 어려워지면 단계적 개발방식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간 코레일과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은 개발방식을 둘러싸고 극렬하게 대립해 왔다.
송득범 코레일 사업개발본부장은 24일 "사업집행회사인 용산역세권개발㈜(AMC)의 경영권 확보를 둘러싸고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간 갈등이 지속돼 사업이 중단된 상태"라며 "무작정 사업 진행을 미룰 수 없어 다음 이사회에서 AMC 지분 매입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롯데관광개발이 주도하는 통합개발 방식을 용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본부장은 그간 코레일이 "단계적 개발이 어려우면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힌 데 대해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에 투입한 2,500억원을 회수하겠다는 게 아니라, 사업개발 방식에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코레일이 사업 진행과 관련해 전향적 입장을 취한 것은 단계 개발을 위해서는 AMC 지분 매입을 통한 경영권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건설사 등 출자사들의 반발이 극심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AMC 지분 45.1%를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한 뒤 사업 부지를 6개 지구로 쪼개 순차 개발하는 방안을 희망했었다. 코레일 측은 특히 롯데관광개발이 추진 중인 통합개발의 경우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쇼핑의 상가운영 면적(102만㎡)과 비슷한 상가를 한꺼번에 분양하게 돼 미분양 우려가 있다고 반발해왔다.
하지만 통합개발을 주장하는 롯데관광개발은 "단계 개발로 전환하면 완공이 수 년간 지연돼 땅값 이자와 공사비 등 2조원 이상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며 맞서왔다. 앞서 19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민간 출자사를 대표하는 이사 4명이 참석하지 않아 이사회가 무산됐다. 시행사인 드림허브는 현재 자본금이 400억원도 채 안 남았다. 만일 추가 자본 조달에 실패하면 연말까지 설계용역비, 땅값 이자, 세금 등을 못 내 부도 위험이 크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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