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수요가 없어 월세로 내놓는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를 임대, 불법 카지노 도박을 벌이는 도박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거 수요만 있던 이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 실종으로 과거 찾아볼 수 없었던 2~3개월 단기 임대가 생겨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전문 도박업자인 김모(45)씨는 지난 7월 송파구 잠실동 부동산 중개업소를 들러 10억원이 훨씬 넘는 고급아파트를 단기 임대로 빌릴 수 있는 지 물었다. 전셋값도 5억~6억원을 호가하다보니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은 아파트가 월세로 나와 있었던 것. "3개월 임대 시 보증금 1,000만원에 월 300만원"이라고 하자 김씨는 그 자리에서 3개월 치 900만원을 한꺼번에 냈다. 김씨는 이후 이 아파트에 딜러와 모집책, 종업원까지 갖춘 불법 카지노 도박장을 차리고 도박꾼들을 모았다. 이들 일당 6명은 강원랜드를 전전하는 도박꾼들에게 "서울의 좋은 아파트에서 조용하게 바카라를 할 수 있다"며 접근, 한 번에 10명씩 아파트에 모여 회당 3만∼30만원을 걸고 밤새 수백 회에 걸쳐 바카라 도박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 12일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에 월세 400만원에 집을 빌려 불법 도박장을 차린 일당 25명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불법 도박업자들이 강남의 고급아파트를 둥지로 찾게 된 것은 출입 제한이 엄격한 만큼 주변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급 아파트는 출입 자체가 2, 3중으로 돼 있어 이들을 도박꾼으로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 2, 3개월 단위로 고급아파트를 전전하며 도박장을 차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파트 1층 출입문부터 고급 아파트 입구에 감시요원을 한명 두고 경찰 단속에 대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 관계자는 "최근 하우스푸어들이 늘다 보니 단기 월세라도 내놓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며 "최근 고급 아파트 입주자들 사이에서 '단기 임대를 주면 꾼들이 빌려 노름판으로 쓴다'는 소문이 퍼져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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