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원유 생산을 크게 늘리고 있어 조만간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전망이다.
24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올해 7% 늘어 하루 평균 1,090만배럴에 달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에는 원유 생산량이 1998년 이후 최대치에 달하고 내년 생산량은 하루 평균 1,14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미 에너지부는 예측했다. 이는 역대 미국 산유량 중 최대 규모로, 현재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하루 평균 산유량인 1,160만배럴에 육박한다. 씨티은행은 2020년에는 미국 산유량이 하루 평균 1,300만~1,500만배럴로 증가해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의 위치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산유량을 늘리는 것은 고유가로 인한 원유 수급 불안 때문이다. 또 암반층에서 원유를 뽑아내는 수평정시추기술과 수압파쇄기법 등 새로운 시추공법 도입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산유량이 늘어나면서 미국의 원유 수입량은 2020년에는 현재의 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차량 연비가 개선되고 있는 것도 원유 수입 감소에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원유 소비량은 하루 평균 1,870만배럴이다.
하지만 미국의 산유량이 증가한다고 해도 유가가 향후 수년간은 떨어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개발도상국의 수요 증가와 중동, 북아프리카의 정치적 불안정 탓이다.
미국이 사우디를 넘어 최대 산유국이 되는 시점은 앞으로의 유가 추이와 사우디의 산유량 조절에 달려 있다. 유가가 배럴당 75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미국 석유 생산업자들은 생산을 감축할 가능성이 크지만, 사우디는 미국보다 원유 생산 비용이 낮기 때문에 산유량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배럴당 107달러인 국제원유가 5년 내 89달러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미국이 생산 감축에 들어갈 수준은 아니다.
미국은 9ㆍ11테러 이후 유가가 떨어져 사우디가 생산을 크게 줄였던 2002년에 잠시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줄곧 국제 원유시장을 주도해 왔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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