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하는 팀이 한국시리즈 결승전을 치르고 있다.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매워진 긴장감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노라니 대체 저 공 하나가 뭐기에 수많은 사람들을 웃고 울릴까, 인간은 왜 공연히 공 하나를 만들어서 자발적으로 육체적 감정적 소모를 자행할까, 그리하여 인간으로 살아가는 일에 있어 납득이란 단어 하나를 물고 늘어져보는데 어찌나 답 없던지.
다행히 어릴 적부터 욕망이 솟는 일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거침없이 뛰어들 수 있었더랬다. 다양한 기회의 중요성을 아는 부모 밑에서 자란 덕이었다.
바이올린을 켜고 싶으면 바이올린 레슨을 받을 수 있었고, 발레가 하고 싶으면 발레복과 토슈즈를 먼저 고를 수 있었으며, 육상 선수를 하고 싶으면 육상 선생님한테 맞지 않고 훈련할 수 있도록 배려 받는 가운데 내가 깨달은 건 저마다 맞춤옷처럼 딱 맞는 어떤 '호'가 한 가지씩은 있겠구나, 그 '호'가 어떤 건지 바로 알고 그걸 파고들 때 천재는 나올 수 있겠구나, 우린 평생 그 '호'를 헤매다 가는 인생들이겠구나, 라는 사실이었다.
저마다 제 포지션에 긴장한 채 서 있는 야구 선수들의 탄탄한 두 다리와 벌어진 그 사이를 본다. 공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공을 때리기 위해 터 잡은 자기만의 각도, 몸이 그만큼을 알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을까. 설사 공 놓치고 헛방망이질 안타깝다 해도 욕은 말아야겠다. 내가 투수로 저기 서 있다는 역지사지로.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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