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타락한 교회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교회들이 소금과 빛의 역할을 망각한 채 탐욕에 물들어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고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있다.'목사의 전횡ㆍ세습과 재정 불투명 등 갖은 비리와 부정에 휩싸인 한국 교회의 개혁을 위해 2002년 출범한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가 지난 4월 발표한 '한국 교회 회개와 갱신을 위한 선언문'의 첫 대목이다.
개혁연대가 24일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공동 대표 4인 중 유일한 목회자인 오세택(57) 목사를 이 날 그가 담임을 맡고 있는 서울 당산동 두레교회에서 만났다. 그는 먼저 "한국 교회가 바뀌어 얼른 없어졌어야 할 단체가 지금도 활동한다는 것이 부끄럽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간의 활동을 돌이키며 오 목사는 개혁연대가 역점을 둔 사업 몇 가지를 꼽았다. 교회 세습 반대 운동이 우선이다. 교회 운영의 영향력이 목사에 집중돼서는 안 되며 평신도까지 모두 골고루 나눠 가지기 위해 가장 성경적인 정관을 갖자는 민주적인 교회 운영 운동이 뒤를 잇는다. 교회의 재정을 투명하게 하도록 애쓴 것은 나눔의 수단인 교회 헌금을 그 목적에 맞게 쓰라는 것이었다. 성추행 등 목회자와 신도 간의 교회 내 분쟁을 조정ㆍ상담한 것도 수천 건에 이른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재정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사랑의교회 건축, 소망교회ㆍ왕성교회 세습에 반대해 왔다. 또 목회자 소득세 신고 운동, 교회 재정 조례 연구, 민주적 정관 갖기 운동도 적극적으로 벌였다. 최근 기독교대한감리회가 개신교 교단 중 처음으로 '교회 세습 방지법'을 통과시킨 것은 이런 운동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 목사는 "개혁은 내부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의 요구와 감시는 물론 중요하지만 진정한 개혁을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개혁연대는 해마다 봄ㆍ가을 '교회개혁제자훈련'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평신도와 지도자가 8주에 걸쳐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되새겨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교회에서 개혁 운동의 불씨가 필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오 목사는 "한국 교회는 방향성을 놓쳐 버렸다"며 "거대함을 좇지 말고 거룩함을 좇아가야 한다"고 교회 대형화를 거듭 비판했다. 그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목회가 가능한" 교회는 교인 300~500명 정도 규모. 이 원칙에 따라 두레교회도 두 차례 교회를 분리해 냈다. 그는 "교회는 교인들이 천당 가는 데서 끝나는 내부 지향적인 조직이어서는 안 된다"며 "지역을 섬기는 곳이어야 하고 사회와 역사를 변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에서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이 "예수 믿고 죄 용서 받아 천당 가는 것"이지만 복음의 본질은 그게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죄의 뿌리는 자신의 욕망"이며 "구원은 그런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하는 것"이다. 오 목사는 교회란 원래 "타자애적인 사람들의 모임이었다"며 "섬김과 봉사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교회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개혁연대는 25일 숭실대에서 '교회 개혁,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조촐한 행사를 연다.
글·사진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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