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코리아] 국내 편의점 업계 1위인 훼미리마트가 CU로 브랜드 변신을 선언한 지 4개월이 지났다. BGF리테일(옛 보광훼미리마트)은 브랜드 독립을 통해 비싼 로열티를 내지 않게 됐을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의 발판도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포춘코리아가 한국과 일본의 훼미리마트 관계자들을 면밀히 취재한 결과, 로열티와 해외 진출에 여전히 걸림돌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권진 기자 goenergy@hk.co.kr, 홍성민 기자 sungh@hmgp.co.kr
“CU 간판에 함께 병기된 ‘with FamilyMart’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일본 본사는) 로열티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동일한 로열티를 받고 있습니다.” 일본 훼미리마트 홍보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포춘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주주 입장에서 한국 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브랜드 출시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일본 본사와 BGF리테일의 라이선스 관계에 대해 전혀 다른 말들이 오가고 있다. 지난 6월 18일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이 기자 간담회를 통해 브랜드 독립을 선언한 뒤 BGF리테일 측은 로열티 지불 계약이 끝났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BGF리테일의 홍보팀 관계자는 “그 동안 일본 훼미리마트와의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매출액의 0.05~0.25%를 로열티로 지불해 왔다”며 “이번에 CU로 새롭게 브랜드를 바꾸면서 비싼 로열티 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 2조 원을 돌파한 BGF리테일은 매년 30억 원 이상의 로열티를 일본 측에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BGF리테일의 주장대로라면 이제 수십억 원에 달하는 로열티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일본과 한국의 관계자들은 왜 로열티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걸까.
로열티 문제 아직 해결 못했다
홍석조 회장은 취임 초창기부터 일본과의 라이선스 관계를 심각하게 재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BGF리테일 내부 사정에 밝은 익명의 관계자는 “홍석조 회장이 2007년 경영 지휘봉을 잡자마자 라이선스 청산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증언했다. 여기에는 독자 브랜드 CU를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BGF리테일의 매출을 더욱 신장시키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 20년 넘게 일본 훼미리마트로부터 편의점 사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배운 터라 더 이상 제휴 관계가 필요 없다는 의견도 회사 내부에서 점점 힘을 얻고 있었다.
이건준 BGF리테일 전무는 말한다. 현재 경영지원본부장인 그는 이번 브랜드 교체작업에서 일본 본사와의 끈질긴 실무협상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훼미리마트의 글로벌 네트워크 가운데 점포수가 가장 많은 곳이 저희입니다. 그동안 BGF리테일이 편의점 사업을 잘 해왔다는 뜻이기도 하죠. 오래 전부터 BGF리테일은 자발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한국형 편의점 운영 매뉴얼을 개발해왔습니다.”
BGF리테일은 국내 편의점 업계 1위를 오랫동안 고수해왔다. 현재 국내 최초 점포 수 8,000개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을 만큼 성장세를 두드러지고 있다. CU의 탄생은 일본 본사의 힘을 줄이고 편의점 전문기업으로서 BGF리테일의 입지를 확고히 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새 옷을 갈아입었기 때문에 일본과의 로열티 관계를 청산하는 건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진다. 그렇다면 과연 BGF리테일은 계획한 대로 새로운 판을 짜고 있을까.
경쟁업체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로열티가 여전히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외부적으론 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알려져 있죠. 기껏 브랜드 독립을 했는데 로열티를 예전과 동일하게 지불하고 있다면 망신이 아닐까요. 현재 언론 매체에서 로열티가 종료됐다고 받아쓰고 있는 판이니까 BGF리테일 입장에서도 굳이 나서서 진상을 밝힐 필요가 없을 거예요.”
이건준 BGF리테일 전무는 로열티 부분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계약 조건상 확실하게 밝힐 순 없고 현재 양사가 협의 중에 있다”고 짧게 언급했다.
일본 매체도 라이센스 관계 확인
오히려 BGF리테일은 앞으로 일본 훼미리마트에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건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제지 ‘다이아몬드’는 지난 7월 4일 온라인판에서 BGF리테일과 일본 훼미리마트와의 관계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일본) 훼미리마트 측에 따르면, 이번 여름을 기점으로 BGF리테일에 대한 지분율을 인상하는 것으로 새롭게 제휴를 맺었다고 한다. BGF리테일에서 일정한 로열티를 받는 계약에도 큰 변화가 없다.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분율 인상에 따른 배당금 이익은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로열티 수입도 얻고 있다. (일본) 훼미리마트는 경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실제로 일본 본사의 BGF리테일에 대한 지분율은 소폭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BGF리테일의 홍보팀 관계자는 “일본 훼미리마트와 자본 제휴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 23.48%인 지분을 25%까지 높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본사는 현재 BGF리테일의 2대 주주다. BGF리테일의 오너인 홍석조 회장이 35.02%로 1대 주주를 유지하고 있다. 양사는 일본의 배당금 규모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편의점 업계의 복수 관계자들은 현재 지불되는 로열티를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결국 야심 차게 브랜드 독립을 외쳤지만 간판만 바꿔 달았을 뿐 일본에 대한 로열티는 지속되고 지분율만 올려줬다는 얘기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앞으로 일본 훼미리마트는 2대 주주로 BGF리테일의 경영에 관여하면서 동시에 배당금과 로열티까지 계속 챙길 수 있게 됐다. 사업 파트너로서 연결고리가 더욱 견고해진 셈이다.
CU는 해외 진출에 성공할까
지난 6월 18일 CU의 브랜드독립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장에서 홍석조 회장의 발언을 분석해 보면 결국 브랜드 변경의 목적은 “해외 시장에 나가기 위한 방편”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도 먼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일본 본사와 BGF리테일의 복잡한 관계다.
일본 훼미리마트는 “BGF리테일이 향후 해외 진출을 한다면 어떤 협력을 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지만 그러한 요청이 있다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BGF리테일 측은 “앞으로 해외 진출은 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전략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을 노리기 위해 CU라는 브랜드까지 만든 BGF리테일이 굳이 전략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찌 보면 CU의 독자적인 해외 진출이 일본 본사와 해외에서 시장 싸움을 벌이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놓는 것인지 모른다. 또한 전 세계시장을 뒤져봐도 라이선스 계약이 유지된 상태에서 독자 브랜드를 론칭하고 다른 시장에 진출한 기업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의 경제지 다이아몬드는 양사의 충돌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아시아 시장 출점을 지렛대로 전 세계 점포 수를 현재의 2배 이상인 4만 개로 늘리려는 일본 훼미리마트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일이다. 만일 BGF리테일이 CU 브랜드로 한국 이외의 시장에 출점을 하게 된다면 일본 본사와 협의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두 기업에 대해 “이제 홀로서기 하는 BGF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훼미리마트의 대립 구도”라고 평가했다.
과연 앞으로 양사의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일본 훼미리마트의 관계자는 “BGF리테일과의 계약 종료 이후 한국에서 새로운 파트너를 찾을 계획이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그럴 계획이 없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BGF리테일 측 역시 “일본 본사는 오랜 사업 파트너로 한국의 고유 브랜드 변신에 협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BGF리테일이 독립 노선을 걷고 싶어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양사는 신뢰를 기반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BGF리테일에겐 혁신의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 프랜차이즈 컨설팅기업인 맥세스의 서민교 대표는 말한다. “최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CU로 개명한 후 신규 출점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달에 150개 열던 점포수가 70개로 50% 이상 쪼그라들었어요.”
반면 업계 2위인 세븐일레븐(계열사 바이더웨이 포함)과 GS25가 파죽지세로 BGF리테일을 추격하고 있다. 서 대표는 “이러한 추세라면 연말에 편의점 업계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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