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영원한 맞수 브랜드인 '종가집'과 '하선정'의 치열한 경쟁이 마침내 특허전쟁으로까지 비화됐다. 종가집 김치를 만들어 판매하는 대상FNF가 김치 담글 때 쓰는 찹쌀풀 제조기술과 관련한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하선정 김치를 판매하는 CJ제일제당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상FNF는 "김치제조 특허를 침해 당했다"며 CJ제일제당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금지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대상FNF 측은 소장에서 "2004년부터 전분을 끓이지 않고 김치 양념에 같이 넣어 김치의 윤기와 맛을 개선하는 '알파화전분' 기술을 개발해 사용해 왔다"며 "이로 인해 최근까지 절약한 제조비용이 7억9,000여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CJ제일제당 측은 알파화전분 제조법과 이를 김치 양념에 섞어 김치를 만드는 법 등 두 가지 특허를 침해해 김치를 만들고 있다"며 "이렇게 만든 김치는 전량 폐기하고 특허침해에 대해 1억원, 이로 인한 피해 중 일부에 대한 청구로 1억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알파화전분이란 쉽게 말해 찹쌀풀을 말한다. 보통 집에서 김치를 담글 때 찹쌀가루를 물에 풀어 끓여서 찹쌀풀을 만들고 이를 배추김치에 넣어 윤기를 내는데, 종가집이 개발한 기술은 이렇게 끓이지 않고도 찹쌀풀을 만드는 방법이다. 제조비용이 절약될 뿐 아니라 윤기도 더 좋다는 것이 종가집 김치를 만드는 대상FNF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상FNF가 이번 소송을 낸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보고 있다. 2006년 차례로 종가집과 하선정을 인수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두 업체 사이에 쌓인 감정적 앙금이 마침내 특허소송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상FNF측이 손해배상까지 합쳐 요구한 소송가액은 2억원으로 특허싸움 치고는 매우 적은 편이다. 따라서 소송으로 큰 금전적 배상을 받겠다는 뜻 보다는, CJ제일제당에 일종의 경고를 보내는 상징적 행위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종가집 김치가 그 동안 부동의 1위였고 점유율이 매우 높았는데 그 동안 대상FNF 식품 연구원들이 CJ제일제당으로 이직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하선정 김치의 점유율도 점차 높아지게 되자 결국 소송을 낸 것이 아닌가 한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10월 대상FNF가 두산그룹이 갖고 있던 종가집 상표를 인수하자, 바로 2개월 후 CJ제일제당은 하선정 종합식품을 인수해 이듬해부터 CJ하선정 김치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양사의 경쟁이 점차 격해지기 시작했다. 양측은 이후 장류와 조미료 등 다른 품목에서도 중소규모 식품업체에 대한 인수 및 합병을 계속하며 신경전을 벌여 왔다. CJ와 대상은 현재 거의 모든 주방식품 분야에서 팽팽한 자존심 대결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소송에 대해 CJ측은 "아직 소장을 받지 않아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실 관계 파악 후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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