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중견의류기업이 2010년 대지진 피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세계 최빈곤국 아이티에 2만여개의 일자리를 선물했다. 물품을 보내주기 보다는,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주는 게 더 낫다는 저개발국 지원의 이상적 모델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아상역은 22일(현지시간) 아이티 북부해안 카라콜 지역에 위치한 아이티 산업단지에 의류공장 준공식을 갖고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세아상역은 세계 9개국 24개공장에서 니트의류를 제작, 미국 대형마트나 글로벌 의류 브랜드에 납품하는 회사. 연 매출액이 1조5,000억원의 세계 1위 니트 의류 제조업체다.
빈곤 국가에 의류나 신발 같은 생필품을 기부하는 업체들은 많다. 하지만 국제기구나 학계 일각에선 이렇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제품 때문에 오히려 현지 생산기반과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으며, 이들 국가에 대한 최선의 지원은 일자리 제공이란 인식이 최근 들어 확산되고 있다.
세아상역이 아이티에 첫 관심을 가진 것은 1991년. 최대 시장인 미국과 가까워 공장 설립을 신중히 검토했지만, 정부 협조와 인프라 등이 미비해 투자의사를 접었다. 하지만 2010년1월 아이티에 최악의 지진이 발생했고, 그 해 5월 한국을 찾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수석보좌관이 미 대사관을 통해 세아상역에 연락, 과거 투자 검토사실을 언급하며 "아이티를 위해선 생필품 기부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가 더 중요하다. 미 국무부와 파트너가 돼 아이티 재건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해 결국 공장건설까지 이어지게 됐다. 산업단지엔 향후 세계 다른 기업들도 들어서게 된다.
세아상역은 ▦미국시장과 가깝고 세금혜택이 큰 데다 ▦힘든 나라를 인도적으로 도울 수 있고 ▦더구나 미 국무부 및 국제기구와 파트너가 된다는 점 때문에 '윈-윈'이 될 수 있다고 판단, 결국 공장설립을 결정했다. 김웅기 회장은 "그 동안 아이티에 의료활동을 지원하고 미싱 기계 등을 기부해왔지만 근본적 재건에 동참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당장 1,000명 정도의 일자리가 생기고 2016년까지 현지 주민 2만여명을 고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준공식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미셸 마르텔리 아이티 대통령,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영화배우 션 펜 등 500여명의 유명인사가 참석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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