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미국 뉴욕에 '위안부 길'이 생길겁니다."
23일 오전 위안부 할머니들이 생활하는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을 방문한 한창연(58) 뉴욕한인회 회장은 할머니들의 손을 꼭 부여잡고 이렇게 말했다. 함께 온 이현택 뉴저지한인회 회장과 양 지역 한인회 회원 10여 명도 반갑게 맞아주는 할머니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위안부 길'은 미국 뉴욕 플러싱 156 일대 도로로, 길이는 500여m다. 뉴욕한인회는 최근 도로 명칭 변경안을 뉴욕시의회에 제출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15만여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경안이 내년 2월쯤 시의회를 통과하면 세계의 중심 뉴욕에서 위안부의 길을 보게 된다.
한 회장은 "일본 정부가 5월 경제적 지원을 대가로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에 설치된 위안부 기림비 철거를 요구한 뒤 한인회가 나서기로 결심한 것"이라며 "기림비를 헌다고 역사가 지워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뉴욕한인회는 위안부 길이 생기면 플러싱 '한국전쟁 유엔 참전용사 추모비' 옆에 2m 높이의 위안부 기림비도 건립할 계획이다. 위안부 문제에 적극적인 뉴저지한인회도 11월9일 뉴저지주에 따로 기림비를 세운다. 양 지역 한인회는 새 기림비에 중립적 표현인 위안부 대신 일본정부가 꺼려하는 '성노예' 표기를 하기로 했다. 한 회장은 "할머니 한 분 한 분의 손을 잡아보니 귀로 듣고 눈으로 읽었던 역사가 이곳에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사죄할 때까지 한인회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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