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야권이 온라인 선거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에 대한 반대운동을 이끌 45인의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반부패 활동가 알렉세이 나발니(36)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지난해 12월 총선 부정선거로 촉발된 반정부 운동이 조직위 출범으로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22일 레오니드 볼코프 선거위원회 대표는 8만1,801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날 마감된 사흘 간의 온라인 투표 결과 입후보자 209명 중 45명이 조직위원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조직위원은 자유주의 민족주의 좌파를 대표하는 정파별 위원 15명과 일반위원 30명으로 구성됐으며, 임기는 1년이다.
나발니는 4만4,000여표의 최다 득표로 위원장이 됐다. 변호사 출신인 나발니는 소액주주 운동으로 국영기업 주식을 사들이고 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한편, 정부 및 국영기업의 부정부패를 인터넷 블로그에 폭로해 명성을 얻었다. AP통신은 “나발니는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중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이라며 “야권에서는 그를 다양한 정파를 통합할 지도력을 갖춘 적임자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나발니에 이어 소설가이자 칼럼니스트인 드미트리 비코프, 세계 체스챔피언 출신의 야권 정치인 개리 카스파로프, 반정부시위 참가로 유명해진 방송인 크세니야 솝차크 순으로 많은 표를 얻었다. 대규모 시위를 조직한 혐의로 이달 입건된 좌파 지도자 세르게이 우달초프, 보리스 옐친 집권기에 부총리를 지낸 보리스 넴스토프도 조직위원으로 선출됐다.
야권은 정파 간 입장차와 불화로 통일된 저항운동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반푸틴 세력이 조직위를 거점으로 재결집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나발니는 선거 전 인터뷰에서 “국민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인물, 방법, 이데올로기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야권을 “시끄러운 인터넷 이용자 무리”로 치부하며 이들이 기획한 반정부 시위를 평가절하했다.
AFP통신은 그러나 “조직위 선거가 인터넷상에서만 이뤄져 지방 사람들의 관심을 거의 끌지 못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AP통신은 “야권 주요 인사들이 조직위 선거 때문에 이달 열린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아 여당에 완승을 허용했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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