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은 2006년 상임작곡가로 위촉된 진은숙(51)씨가 예술감독을 맡아 현대음악 시리즈'아르스 노바'를 진행해 왔다. 고전ㆍ낭만파 음악을 선호하는 한국 클래식 팬에게 다양한 현대음악을 소개해 온 공연이다.
1년에 두 차례씩 열리며 올해로 7년째를 맞은 '아르스 노바' 역사상 가장 성대한 잔치가 열린다. 11월 1일, 3일에 열리는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Ⅲ&Ⅳ'에 헝가리의 현대음악 거장 페테르 외트뵈시(68)가 함께 한다.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외트뵈시는 베를린ㆍ빈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등 유수의 세계 명문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왔다. 오페라 '세 자매', 바이올린 협주곡 '세븐' 등 그가 작곡한 작품은 라 스칼라, 로열 오페라 등 주요 오페라 극장 및 현대음악 앙상블과 페스티벌에서 연주되고 있다. 그는 이번 연주회에서 자신의 작품을 포함해 버르토크, 리게티, 쿠르탁 등 자신의 음악 언어 형성에 영향을 미친 헝가리 현대음악을 지휘한다. 처음 방한해 23일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외트뵈시는 "내 인생과 가장 가까운 헝가리 음악을 주제로 공연을 열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의 이번 방한은 2001년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의뢰 작품 '칼라' 초연 때 지휘자 외트뵈시와 처음 인연을 맺었던 진씨가 수년 간 요청한 끝에 성사됐다.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진씨는 외트뵈시에 대해 "지휘와 작곡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악보를 보고 음악을 대하는 게 한 분야만 접하는 사람과 완전히 다른 세계의 것"이라며 "같이 작곡 콩쿠르 심사를 할 때는 악보를 놓치는 것 하나 없이 정확히 분석해 마치 눈이 2개가 아니라 6개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1일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릴 실내악 연주회 아르스 노바Ⅲ에서는 소프라노 서예리씨의 협연으로 외트뵈시의 '8중주 플러스', 리게티의 '대학살의 불가사의' 등이 한국 초연된다. 진은숙씨의 대표작 중 하나인 '스나그 앤 스날스'도 무대에 오른다.
특히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오케스트라 연주회로 펼쳐지는 아르스 노바Ⅳ에서는 외트뵈시의 '첼로 콘체르토 그로소'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연주된다. 서울시향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취리히 톤할레, 베르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토론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공동으로 위촉한 작품이다. 첼리스트 양성원씨가 협연한다.
또 고전, 낭만 음악을 주로 선보였던 피아니스트 김선욱씨가 버르토크의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무대에 함께 선다. 진씨가 "손이 찢어지고 근육이 망가질 정도로 연습하지 않으면 연주가 불가능한 곡"이라는 김씨의 원망을 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이날 함께 연주될 리게티의 '루마니아 협주곡'과 쿠르탁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새로운 메시지' 등도 한국 초연곡이다.
외트뵈시가 생각하는 헝가리 음악의 특별함은 "민속음악적 요소"에 있다. 그는 "버르토크는 독일어권의 음악에, 코다이는 서유럽 음악에 기반을 둔 헝가리 작곡가인데 민속음악에서 발췌한 요소를 음악에 가미함으로써 각각 자신들만의 음악적 언어로 승화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1588-1210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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