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생물들이 잘 번식하기 위해서는 3대 연안 생태계로 불리는 산호초, 맹그로브, 잘피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반도에 맹그로브는 아예 없고, 산호초는 남해안과 제주도 일부 지역에만 있다. 결국 우리 바다를 지키는 것은 잘피의 몫이다. KBS 1TV '환경스페셜'은 24, 31일 밤 10시 2회에 걸쳐 잘피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이 프로그램은 500여일 간 잘피를 관찰한 결과물이다.
잘피는 뿌리, 줄기, 잎이 완벽하게 분화되지 않은 미역, 김 등 해조류와는 달리 완벽한 식물이다. 고등식물인 잘피는 6월이면 꽃도 피고 열매도 맺는다. 잘피는 성장도 빨라 하루에 3~4㎝ 이상 자라는 사례도 보고됐다. 15~30일이면 새로운 잎이 나면서 주변을 순식간에 채우는 잘피. 1㎡당 산소 950ℓ를 생산하는 잘피밭은 바다의 산소 탱크라 불린다. 잘피가 무성하면 바다도 건강하다.
봄철 물이 빠진 장흥 득량만 갯벌에 무성한 잘피 위에는 수많은 알덩이들이 보인다. 주변 얕은 물에는 수중 생태계에서 기초 먹이가 되는 동물성 플랑크톤과 꼬마 새우, 치어 떼가 흔하게 보인다. 식물인 잘피는 거름이 되고 영양이 많은 잘피밭에는 동물성 플랑크톤이 들끓어 먹이가 많다. 물고기들이 모이는 생명의 선순환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배 운항에 방해가 되거나 지저분해 보인다는 이유로 잘피를 쳐내기도 했다. 또 최근 바다 환경이 변하면서 사라지기도 했다. 진저리 치도록 많다고 해서 '진질'이라고 부르기도 했던 잘피가 전처럼 흔하지 않게 됐다. 해양 생태계가 예전처럼 건강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민들은 앞바다가 잘피 천지가 되기를 꿈꾼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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