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국 정치평론가
대선이 중반전으로 접어들면서 유력후보 3인 간의 공방전도 불꽃을 튀기고 있다. 야권단일화라는 대형변수가 남아있는데다가 양자 가상대결 조사에서 두 달 가까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상태라 누가 이겨도 간신히 이길 혼전 박빙선거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역대 선거에 비해 가장 일찍 유권자들의 태도가 결정되고 있어 부동층이 가장 적은 선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얼마 남지 않은 부동층의 향배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후보들로서는 더욱 거칠게 부딪혀 갈 수밖에 없다. 네거티브 선거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공방도 그렇고 정수장학회 논란도 그렇다. 당사자들은 꼭 규명해야 할 중요이슈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국민들은 지금의 공방을 네거티브 공방으로 보는 시각이 강한 것 같다. 어차피 선거는 제로섬게임이고 상대의 패배가 곧 나의 승리이므로 상대를 깎아 내리는 네거티브 공방이 선거의 본질이라는 주장도 그냥 흘려버리기 쉽지 않은 논리다. 현실이 그렇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국민적 시각 또한 엄존한다. 이 이중적 현실을 정치권은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가.
NLL공방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발언과 정상회담 녹취록의 존재여부로 전개되면 아무리 격식을 차려도 그 공방이 포지티브 경쟁으로 전개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만약 이 논란을 NLL에 대한 세 후보의 입장 비교로, 더 나아가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책과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평화유지와 통일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북정책에 대한 상호토론으로 이끌어 낼 수만 있다면 네거티브 경쟁을 넘어 꼭 필요한 정책경쟁이자 꼭 확인해야 할 후보들의 대북관련 입장에 대한 정책검증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정수장학회 논란도 ‘강압이냐 강탈이냐’는 장물공방으로 전개되면 어느 쪽도 양보하기 어려운 가시 돋친 설전이 될 수밖에 없지만 우리 현대사에 대한 후보들의 역사인식과 그에 근거한 사과와 화해차원의 토론으로 전개된다면 이는 우리가 후보들에게 꼭 물어야 할 역사담론에 대한 논의로 된다.
안철수 후보에 대한 검증논란 또한 안철수 개인의 도덕성 검증이 아니라 후보가 갖춰야 할 자격요건에 대한 객관적 논의로 전개해 나간다면 네거티브 논란에 빠질 이유가 없다.
선거가 본질적으로 네거티브 공방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해서 이를 포지티브 경쟁으로 전환시켜 낼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네거티브 공방의 이면에 숨어있는 이슈 자체의 성격을 부각시켜 이를 후보들 간의 생산적인 정책, 정치토론으로 이끌어내는 이슈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네거티브 공방보다 포지티브 경쟁이 승리의 확률을 높여준다는 합리적 계산과 확신이 필요하다.
후보가 확신을 갖게 되는 가장 직접적이고 손쉬운 방법은 유권자들이 네거티브 공방에는 강한 비판을, 포지티브 경쟁에는 의미 있는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네거티브 지양, 포지티브 지향’ 선언에 유권자들의 지지가 잇따르는 것 이상으로 후보들의 행동을 고무시키는 힘은 없다. 매니페스토 운동이 포지티브 경쟁을 촉구하는 윤리적 당위적 선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거전 양상을 포지티브 경쟁으로 전환시킬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는 순간도 바로 이 때다.
“이기려면 포지티브 정책 경쟁을 하라!” 유권자들의 이 같은 요구가 의지적 행동으로 담보되고 있음을 후보들이 느끼는 순간 포지티브 경쟁은 유권자와 시민단체들의 당위적 요구가 아니라 이기기 위해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후보들의 정치현실이 된다. 네거티브와 포지티브 사이는 이렇듯 종이 한 장 차이다. 유권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 이들 유권자들의 생각과 행동에 후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이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곧 선거전 양상을 결정할 것이다. 모두가 영향을 주고 모두가 영향을 받는 민감도 높은 정국, 대선 중반전은 이렇게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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