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형식적이고 하기 싫던 봉사활동, 재미·의미 찾았으니 따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형식적이고 하기 싫던 봉사활동, 재미·의미 찾았으니 따봉!"

입력
2012.10.22 12:26
0 0

"지금까지 했던 봉사활동 중에 최고였어요." "이런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들어주세요."

자율형사립고인 서울 마포구 숭문고 학생들의 봉사활동은 남다르다. 쓰레기 줍기나 청소 등으로 시간 채우는 데 급급했던 기존의 봉사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전교생이 지역의 단체와 '봉사학습'을 하고, 함께 현장에 나선다. 먼저 학습을 통해 '내가 왜 봉사활동을 하는지'를 이해한 상태이다 보니 현장에서의 참여도와 만족도가 높다. 지역과 학교가 연계하는 숭문고만의 봉사활동 프로그램 이른바 '따봉(따뜻한 봉사활동)'이다.

도입한 지 3년이 된 숭문 따봉은 지역사회에서 뿌리를 내리고, 봉사활동의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숭문고는 19일 '지역과 학교가 연계하는 특별 봉사활동 프로그램 확산과 지원 세미나'를 열고 서울시내 고교 52곳의 교사와 단체 자원봉사자 등 150여명과 함께 따봉의 성과를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는 "'숭문 따봉'에서 각자 학교 이름을 넣어서 'ㅇㅇ 따봉'으로 부르자"는 제안이 나왔고, 금옥여고 임유원 교감은 "거창하지 않더라도 지역 안에서 진정한 교육적 의미를 갖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오늘 숭문고 사례에서 봤다"고 말했다.

처음 따봉을 기획한 허병두 교사는 "형식적이고 심지어 비교육적이기까지 한 봉사활동을 즐겁고 의미 있게 바꿔 보자는 뜻에서 추진됐다"며 "사회에 나가서도 봉사활동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인재로 기르기 위해 지역의 단체가 봉사를 할 수 있는 지식과 태도, 자질, 역량, 가치관 등을 직접 가르치고, 자연스럽게 활동으로 연결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회성의 무의미한 봉사활동을 지양하기 위해 숭문고 전교생은 24개 따봉 프로그램 중 한 가지를 골라 최소 1년에서 3년까지 활동하게 된다. 아이들의 변화가 눈에 보일 때면 교사들도 신이 난다. 허병두 교사는 "첫 시간에는 엎드려 자던 아이가 세 번째 시간에는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학습은 지루해하던 아이가 활동에 나가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숭문 따봉의 한 프로그램인 '서강-숭문 자원봉사 아카데미'에 참여했던 학생 10명 중 7명(71.7%)이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만족하고, 전보다 자원봉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의 사학인 서강대 아루페 봉사단은 2년째 숭문고와 봉사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따봉 학부모 지원단에서 활동하는 김미경(43)씨는 "작년에 집 고치기 봉사활동을 나갔던 아들이 올해는 자기가 먼저 집짓기를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며 "왜 봉사활동을 하는지 충분히 알고 활동을 하니 더 열심히 흥미를 갖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따봉은 현재 녹색소비자연대, 서강대, 유니세프,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초록교육연대,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강사업본부, 한국해비타트 등과 네트워크를 맺었다. 이들 단체와는 봉사 프로그램은 물론 사람까지 나눈다. 3년 동안 1,300여통의 메일을 주고받는 등 교사들이 직접 뛰어다닌 결과다.

성동청소년자원봉사아카데미에서 자원봉사 교육을 받은 서강대 아루페 봉사단 60여명은 최소 1년간 숭문고 학생 75명의 '봉사 리더'로 활동한다. 아루페 봉사단원은 직접 학교를 찾아와 자원봉사 기본교육을 하고, 숭문고 학생들이 봉사활동 계획을 짜는 것을 돕는다. 교육이 끝나면 한 달에 2번씩 지역아동센터의 저소득층 아동 학습지도, 외국인을 위한 한국문화 체험 등 실제 활동까지 함께 한다. 아루페 봉사단을 이끄는 유신재 서강대 입학사정관은 "눈높이가 비슷한 대학생 형, 누나에게 배운 학생들이 졸업 후 자기가 배운 것을 고스란히 다시 후배들에게 가르치도록 돼야 한다"며 "따봉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봉사를 통해 자신의 삶을 나누고 이웃과 함께하는 전인교육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세미나에서는 따봉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녹색소비자연대, 서강대, 유니세프,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한강사업본부, 초록교육연대, 한국해비타트 관계자가 직접 나와 지난 활동을 소개했다. 서울시내 청소년들에게 봉사활동 정보를 제공하고 관리하는 서울시립청소년활동진흥센터의 김원민 지도자는 "배워야할 주체인 청소년은 봉사학습을 통해 활동의 방법을 배우고, 활동을 통해 자기계발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숭문 따봉'은 모범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 지도자는 "기관이 갖고 있는 노하우나 정보가 학교에 잘 전달되고, 활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려면 따봉이 더 힘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주된 업무가 아닌 봉사활동 지원을 가욋일로 해야하는 지역의 단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학교가 모델을 개발하는 등 자발적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따봉의 더 자세한 활동 소식과 관련 정보 일체는 인터넷 홈페이지(www.jongsuks.com/ttabong)에서 볼 수 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