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21일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 최필립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들에게 해법을 내놓아 달라고 재차 주문한 데 대해 최 이사장은 "정치공세에 휩쓸리지 않겠다"며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다만 그 동안 새누리당 내부의 자진 사퇴 주장에도 끄덕하지 않던 최 이사장이 이날 "정수장학회 문제를 월요일(22일)이나 화요일(23일)쯤 이사진과 모여서 상의해 보겠다"고 입장 전환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조만간 최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진의 사퇴 등 후속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정수장학회측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최 이사장의 사퇴 등 이사진 교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최 이사장을 제외한 이사 4명은 박 후보와 직ㆍ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다. 1999년과 2000년 취임한 송광용 김덕순 이사는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이사장 재임 시 선임됐고, 신성오 최성홍 이사는 2005년 3월 최 이사장이 영입한 외교부 출신 후배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전원 사퇴하고 중립적인 인사들로 전면 개편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또 이 과정에서 박 후보의 언급대로 정수장학회의 명칭 변경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최근 논란이 된 부산일보와 MBC 등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문제도 이사진 개편 이후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5ㆍ16장학회로 출발한 정수장학회는 198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자와 육영수 여사의 '수'자를 따서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돼 유지해 왔다. 따라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명칭 변경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최 이사장이 계속 정치적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사진 전체가 아닌 부분 개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최 이사장은 이날 "이사장 직 사퇴 문제는 누구도 말할 사람이 없다. 나는 맡은 바 책임을 끝까지 다 할 것"이라고 말해 박 후보의 사퇴 촉구를 거부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정가에서는 최 이사장이 박 후보의 사퇴 촉구에 따라 이사장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자진 용퇴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일단 거부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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