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못하고 난시청 해소사업까지 영향을 받는 등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유승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21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KBS가 최근 4년간(2009년~2012년 8월) 난시청 해소에 배정된 예산 1,091억원 가운데 67%(726억8,000만원)가 디지털화(TV 송중계소 디지털화)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게다가 올해 말 지상파 방송이 전면 디지털화되는데도 아직 방송사 간 전파 충돌ㆍ간섭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소출력 중계기를 추가로 설치하기도 어렵다. KBS 실무자에 따르면 이들 문제에 대한 검토가 끝나는 내년 10월에야 방송사별 주파수가 확정되는데, 지금 중계기를 설치했다가 주파수가 달라질 경우 그때 가서 중계기를 바꿔야 한다. 이런 이유로 난시청 해소를 위해 KBS가 2010년 32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디지털시청 100% 재단'은 관련 예산을 한 푼도 집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KBS 관계자는 "정부에서 디지털화를 과도하게 서둘렀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명박 정부 임기 안에 디지털화를 완료하기 위해 난시청 해소 예산을 디지털화에 쓰고 관련 재단까지 만들었지만 정작 디지털화 이후 나타날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성급한 정책 추진 때문에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국민들이었다. 전국 난시청 가구는 2009년 70만8,000가구에서 올해 7월 64만7,000가구로 4년 새 고작 6만1,000가구(9%) 줄어드는 데 그쳤다. 난시청 민원은 매년 2만4,000건에서 2만9,000건 사이를 오가며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난시청에 따른 수신료 면제금액도 4년간 819억원에 육박해 수신료 인상의 주원인으로 부각됐다. 유 의원은 "전면 디지털화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난시청 해소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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