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다시 봤다. 이 뮤비는 참 재미있다. 게다가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자극하며 패러디를 만드는 즐거움까지 준다. 지난주 필자가 참가한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점심시간에 아예 강남스타일의 여러 패러디 동영상을 상영해 국내외 참석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줬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플래시몹 동영상을 보면 절로 몸이 흔들어진다. 바야흐로 '00스타일'의 전성시대다.
이러한 싸이의 성공에는 지적재산권 전략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은 유튜브로부터 시작됐다. 유튜브는 공짜이기 때문에 필자도 가끔 들어가서 학생들에게 추천할 만한 동영상이 있는지 찾아보곤 하는데, 싸이는 동영상 무료감상을 넘어 패러디영상 제작까지 허용, 권장하는 전략을 썼다.
지재권은 특허, 상표 등 산업재산권, 책이나 음악 등의 저작권, 컴퓨터소프트웨어 등의 신지적재산권 등으로 분류되지만, 지재권 소유자에게 일정기간동안 독점권을 줘 발명과 창작 비용과 노력에 대해 보상한다는 점에서 원리는 같다. 적절한 보상을 통해 새로운 기술개발, 창작을 할 유인이 생기고 결국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지재권 보호의 목적이다. 하지만 지재권이 강력하게 보호되는 것만이 좋은 것일까.
이러한 독점적 권리를 너무 심하게 행사하면 다른 사람들이 신기술을 이용하기가 어렵게 되어 사회전체 후생 측면에서는 손실이 될 수도 있다. 신기술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니 새로운 기술개발에도 저해가 될 뿐 아니라 가격이 높아지게 되어 소비자들은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에이즈를 치료하기 위해 신약이 꼭 필요한데 가격이 너무 비싸 사먹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막기 위해 정부가 강제로 약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강제실시'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까지 지재권 보호를 하는 것인가가 중요하다. 최근에는 저작권에 대응해 카피레프트라는 개념이 확산해 누구나 자유롭게 창작물을 공유하도록 하기도 한다. 땅콩버터 등 수많은 제품을 발명한 미국의 흑인 식물학자 조지워싱턴 카버는 누구나 자신의 신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특허출원을 하지 않아 더욱 존경을 받았다.
지재권 보유자의 수입이라는 측면에서도, 지재권을 너무 엄격하게 보호하면 이용자가 줄어들고 수입이 감소하게 되기 때문에 보호 정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좋다. 이때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큰 경우에는 가격을 낮게 책정해 누구나 이용하도록 해야 수입이 극대화되지만, 가격이 웬만큼 높아도 수요가 감소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가격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대중용 소설이나 혹은 일반서적에 비해 전문서적은 비싸다. 일반서는 가격을 싸게 책정해 많이 파는 것이 낫지만 전문서적은 수요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도 많이 팔리기 어렵다. 필자는 몇 권의 전문서적을 출간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가격을 낮출 수 없는지 출판사에 물어보지만 답은 대부분 '노'다. 가격을 낮추어도 그 책이 많이 팔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지키고 있는 '아래아한글'도 처음 출시했을 때 느슨한 지재권 전략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많은 소프트웨어들이 초기에는 무료버전을 제공하며, 고급 통계패키지들도 학생들에게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신인가수들은 CD를 내고도 누구나 공짜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등록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싸이는 강남스타일을 무엇보다 먼저 유튜브에 올림으로써 누구나 이용하도록 했고, 특히 패러디 동영상을 얼마든지 만들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시원한 춤과 음악을 선사했고 자신도 성공할 수 있었으니 싸이의 지재권전략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근엽 충남대 경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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