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선 '노는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5월 1일 노동절 연휴를 일주일로 늘릴 것인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다. 중국은 설(음력 1월 1일)과 국경절(양력 10월 1일)뿐 아니라 노동절에도 일주일 연휴를 즐겼다. 하지만 2007년말 법정공휴일을 조정하며 노동절을 하루만 쉬기로 한 뒤 노동절 연휴가 사라졌다. 그런데 이를 다시 부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투표에선 이미 90%에 가까운 이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주요 언론들도 이 문제를 취급하기 시작했다.
5년 만에 노동절 일주일 연휴의 부활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최근 8일간의 추석ㆍ국경절 연휴가 낳은 긍정적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9월 30일부터 10월 7일까지 사상 최장 연휴기간에 13억명이 넘는 중국인은 내수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가장 상징적인 것이 낙타들의 과로사다. 낙타 등에 올라 사막을 건너는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간쑤(甘肅)성 둔황(敦惶)의 밍사산(鳴沙山) 웨야취안(月牙泉)에선 낙타들이 연휴 기간 매일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시달린 탓에 그만 이틀 연속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평소에는 낙타가 관광객을 기다렸는데 연휴 때에는 사람들이 낙타를 타려고 대기해야 했다. 오악(五岳) 중 하나인 산시(陝西)성의 화산(華山)에선 등산객 수만명이 정상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인파가 너무 많이 몰려 케이블카가 고장 났고 등산로도 깎아지를 듯이 험해 오도가도 못하게 된 것이다.
이번 연휴 기간 중국의 관광 관련 총수입은 무려 1,800억위안(약 31조8,0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상시화로 수출이 꺾이며 내수 활성화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중국은 연휴의 경제학에 크게 고무돼있다. 이번 연휴기간 고속도로에서 통행료를 받지 않은 것도 이를 염두에 둔 조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변화는 그 동안 휴식보단 일을 하는데 더 비중을 두었던 중국인들이 이젠 놀고 싶어하기 시작했다는데 있다. 이번 연휴 기간 중국 주요 관광지가 아수라장이 된 것은 현실이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 크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원을 초과한 인파가 몰리며 황금연휴는 사실상 고생연휴가 돼버렸다. 주요 관광지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2~4시간 줄을 서는 것이 예사였다. 주목할 것은 이런 살인적인 불편도 13억여명의 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누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 연휴에 나타난 중국 내수의 잠재력과 이젠 놀고자 하는 중국인의 욕망은 한국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내 관광에서 생고생을 한 중국인이 점차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연휴 기간 중국인이 전세계를 돌며 명품을 사들이는데 쓴 돈이 무려 480억위안(약 8조5,300억원)에 이른다는 게 세계명품협회의 설명이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도 10만명, 이들이 쓴 돈은 2억달러(약 2,2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우리가 준비만 더 잘한다면 이 숫자는 5배 아니 10배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중국과 일본의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 분쟁으로 한국은 가만히 있어도 중국 관광객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현장에서 느끼는 중국인의 반일 감정은 상상 이상이다. 중국의 한 저가 항공사가 반일 감정으로 일본행 비행기표가 안 팔리자 1엔(약 14원)짜리 표를 내놨다가 '나라를 팔아먹는 상술'이란 비판에 결국 사과까지 했을 정도이다. 한 중국인 친구는 만날 때마다 "반일 감정으로 이제 한국이 돈방석에 앉을 것"이라고 부러워한다.
시장과 기회가 한꺼번에 우리에게 왔다. 수요는 큰데 공급은 없다. 논란중인 노동절 연휴까지 부활하면 중국인은 매년 세 차례나 대거 한국으로 몰려들 것이다. 과로사한 낙타의 운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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