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분위기를 탄 거인의 기세는 막을 수 없었다.
지난 17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4로 뒤지다 연장 10회 접전 끝에 SK에 5-4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롯데의 상승세는 무서웠다. 그 중심에 '가을 스타일' 손아섭(24)이 있었다. 손아섭은 지난해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9회말 1사 만루의 결정적인 찬스에서 병살타를 때려내며 고개를 숙였다. 누구보다 간절히 SK와의 리턴 매치를 기다려온 손아섭의 방망이는 뜨거웠다.
그는 경기 전 "지난 2차전에서 역전승을 거뒀기 때문에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좋다"며 "야구는 정신력 싸움이다. 이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만큼 머릿속에 SK를 이길 수 있다는 생각만 담아두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손아섭이 19일 부산에서 열린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공수 만점 활약을 보이며 팀의 4-1의 승리를 이끌었다. 2승1패를 기록한 롯데는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손아섭의 방망이는 1회부터 뜨거웠다. 1회말 무사 1ㆍ2루의 찬스에서 우익수 앞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어 5번 전준우가 1사 1ㆍ2루에서 좌익수 앞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 2-0으로 앞서갔다.
손아섭은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멋진 플레이를 선보였다. 3-0으로 앞선 4회초 무사 1루에서 4번 이호준이 친 큼지막한 타구를 쫓아가 펜스에 기대며 점프해 멋지게 잡아냈다. 롯데 덕아웃은 순간 모두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고 큰 타구를 기대했던 SK 덕아웃에는 아쉬움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반격을 노리던 SK의 공세에 찬물을 끼얹는 눈부신 수비였다.
이날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한 손아섭은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3할1푼3리 2타점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경기 후 그는 "사실 타격감이 썩 좋진 않았지만 중요한 경기라 매 순간 더욱 집중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고 소감을 밝혔다. 4회 멋진 수비에 대해 "맞는 순간 수비 위치를 잘 잡고 있었던 덕분에 공을 먼저 가서 기다릴 수 있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5차전은 없다는 각오로 4차전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홈 구장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 짓겠다"고 덧붙였다.
롯데는 6회초 1사 1ㆍ3루에서 선발 고원준을 김성배로 한 박자 빠르게 교체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김성배는 4번 이호준을 삼진, 5번 박정권을 중견수 플레이로 돌려 세웠다.
위기를 넘긴 롯데는 6회말 2사 1루에서 9번 문규현이 우익수 조동화의 키를 넘어가는 1타점 2루타를 터트려 4-0으로 점수차를 벌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SK는 8회초 2사 1루에서 4번 이호준이 중월 펜스를 맞히는 2루타로 1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롯데 선발 고원준은 5.1이닝 동안 79개의 공을 던지며 3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고원준은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돼 1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한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의 연속 매진 행진은 16경기째 이어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SK의 플레이오프 3차전 티켓 2만8,000장이 현장판매 없이 예매로 모두 팔렸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9년 10월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SK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시작으로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경기는 16경기째 만원사례를 이뤘다. 이날까지 올 시즌 포스트시즌 7경기에는 총 18만3,995명이 들어왔으며, 입장 수익은 51억6,714만3,000원을 기록했다.
부산=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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