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의 대명사였던 야후가 15년만에 한국에서 철수한다. 국내 1호 포털이기도했던 야후는 1990년대말 닷컴 문화를 열기도 했지만, 현지화 실패로 네이버 다음 등 토종 포털에 밀리면서 쓸쓸한 퇴장을 맞게 됐다.
야후는 19일 금년 말로 한국 비즈니스를 종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야후측은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난 몇 년 간 도전과제에 직면해 왔다"며 "경영실적 개선 및 장기적 성공을 위해선 글로벌 시장 집중이 필요하다고 보고 철수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야후는 지난 1997년 한국 시장에 첫 진출한 이래 검색시장을 장악하며 2000년대 초까지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로 군림했다. 하지만 네이버와 다음에 밀려 하락세에 접어들더니, 같은 미국계이자 후발주자인 구글에 마저 역전을 허용했다. 야후는 현재 검색시장 점유율 0.1~0.2% 수준으로 이미 시장에선 잊혀진 존재가 됐다.
야후는 현재 본토인 미국에서도 구글에 밀려나 존립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 올 상반기 구글 출신의 CEO 마리사 마이어를 구원투수로 영입해 전면적인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재기를 모색 중이다.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도 본사 차원의 글로벌 사업재편 일환으로 풀이된다.
야후가 시장을 선점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한국을 떠나게 된 건 현지화에 실패했기 때문. 미국 본사의 방식을 고수한 게 화근이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국시장 진출 당시 야후의 검색체계는 네티즌이 검색어를 입력하면, 찾고자 하는 정보가 담긴 하위 폴더로 일일이 들어가야 하는 '디렉토리 방식'이었다. 하지만 네이버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뉴스, 블로그, 카페, 심지어 광고까지 모든 종류의 정보를 편집해서 보여주는 '통합검색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야후 이용자들을 빠르게 흡수해갔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방식이 성공적으로 판명됐다면 야후도 서둘러 따라갔어야 했지만 수년간 기존방식을 고수했다"며 "현지문화에 적응하려는 노력도, 신속한 의사결정도 없었다"고 말했다.
야후는 e메일 서비스마저 다음의 한메일에 밀렸다. 또 싸이월드는 미니홈피, 다음은 카페, 네이버는 블로그 등 각자 대표서비스를 속속 내놓았지만, 야후는 새로운 서비스도 콘텐츠도 발굴하는 데 실패했다. 뒤늦게 위치기반 정보제공 서비스인 '야후 거기', 한류콘텐츠 사이트인 'K-WAVE'등을 제공했지만, 이미 시장은 네이버에 넘어간 터였다.
일본에선 지금도 야후가 포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야후는 브랜드만 빌려왔을 뿐, 한국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일본실정에 맞게 운영하고 있어 성공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철수 결정으로 야후코리아 사이트는 올 연말까지만 운영되고, 이후에는 야후 미국 사이트로 연결된다. 국내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이메일 계정 역시 그대로 이용 가능하지만, 과연 차질 없는 서비스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야후코리아가 조직 정비를 하며 국내회원의 블로그 관리를 대만지사에 맡긴 뒤 일부 블로그의 게시글이 삭제되는 등 불안전한 모습을 보였다"며 "메일서비스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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