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결정은 당연하다."
19일 대법원의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재심 결정에 대해 당사자인 강기훈(48)씨는 이렇게 말했다. 강씨는 이날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게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재심이 시작돼도 20년 전과 같은 결과가 나오면 재판 자체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3년 옥고를 치른 강씨는 최근 간암 2기 판정을 받고 지난 5월 수술을 받았으나 합병증이 생겨 요양 중이다. 강씨는 "재심을 준비하는 지난 20년 간 매우 암울했고 바닥을 기는 느낌이었다"며 "그래도 20년 가까이 저를 위해 노력해주신 분들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그는 평소 한 사람을 죽게 했다는 누명을 쓴 데 무척 괴로워하며 "두 아이들한테 아빠가 잘못이 없다는 걸 보이고 싶다"고 지인들에게 말해왔다고 한다.
강씨가 간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정성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이부영 전 의원 등은 지난 8월 각계 인사 200여명과 함께 '강기훈의 쾌유와 재심 개시 촉구를 위한 모임'(www.kanglife.kr)을 만들었다.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무처장을 지낸 강씨의 선배로, 이 모임의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선택씨도 이날 "늦었지만 제대로 된 결정"이라며 재심 개시 결정을 반겼다.
김씨는 "서울고법이 지난 2009년 재심 결정을 내린 이후 대법원이 3년 1개월이나 심리를 끌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제라도 재심이 결정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재심으로 기훈이의 무죄가 증명되기를 바란다"며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왜곡됐던 다른 사건들의 의혹도 바로잡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기훈씨의 와병에 대해 "마음의 병이 결국 몸의 병을 일으킨 것 같다"며 "지금은 면역력이 너무 약해져 추가 수술도 미룬 채 요양을 하며 기력을 회복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강씨의 쾌유를 기원하는 시민들에게도 감사한다고 김씨는 덧붙였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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