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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떠난 女바둑계 '춘추전국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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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떠난 女바둑계 '춘추전국시대'

입력
2012.10.1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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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 철녀' 루이나이웨이가 12년간의 한국 생활을 접고 작년 말 중국으로 돌아간 뒤 역시 예상했던 대로 국내 여자 바둑계가 절대 강자 없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국내 여자 바둑계는 1990년부터 여자입단대회를 통해 나이 어린 신예 여전사들이 잇달아 프로에 입문하고 1993년 여류국수전이 창설되면서 본격적으로 타이틀 경쟁이 시작됐다. 이후 한동안 동갑내기 라이벌 윤영선(35)과 이영신(35)이 국내 최강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열띤 경쟁을 벌였지만 1999년 4월부터 세계 여자 최강 루이나이웨이가 한국기원 객원기사 자격으로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1인 독재 시대'로 변했다. 루이가 12년 동안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거둬들인 타이틀이 모두 29개로 특히 여자 기전은 완전히 루이의 독무대였다. 여류명인전 10회, 여류국수전 8회, 여류기성전에서 4회 우승했고 한 해에 3개 타이틀을 동시에 보유한 게 무려 7차례나 된다. 당시 10대 후반의 촉망 받는 신예 강자였던 박지은(29)과 조혜연(27)이 독재 타도의 선봉으로 나서 끈질기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루이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루이가 갑자기 중국으로 떠났으니 졸지에 무주공산이 된 국내 여자 바둑계가 크게 요동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당연한 일이다. 사실 변화의 조짐은 루이가 떠나기 전부터 이미 감지됐다. 2010년 여류기성전에서 김윤영(23)이 40대 중반에 접어든 루이를 본선 8강전에서 물리치면서 파죽지세로 결승에 오르더니 마침내 생애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지난 10여 년 간 견고하게 유지돼 온 루이-박지은-조헤연의 3인 트로이카 체제가 드디어 붕괴된 것이다.

해가 바뀌자 여자 바둑계가 완전히 군웅할거시대로 접어들었다. 1월에 열여섯 살 소녀 장사 최정이 내로라하는 선배 강자들을 잇달아 제치고 마침내 여류명인 타이틀을 차지해 바둑계를 깜짝 놀라게 하더니 3월에는 박지연(21)이 여류국수전 결승전에서 국내 최강 박지은을 2대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박지연은 최근 여류명인전에서도 조혜연을 누르고 도전권을 획득, 최정과 타이틀매치를 앞두고 있다. 최정과 박지연 모두 1990년대생으로 국내 여자바둑계도 드디어 '90후 세대'가 '80년대생' 선배들을 밀어 내고 정상권에 본격 진입한 셈이다.

그러나 기존 강호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얼마 전에 끝난 제1회 여류십단전에서 조혜연과 김혜민(26)이 결승에서 맞대결을 펼쳐 조혜연이 승리했다. 그동안 루이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번번히 패퇴, 무려 13차례나 준우승에 그쳤던 조혜연으로서는 7년 만에 맛본 짜릿한 우승이다. 국내 최강 박지은도 아직 국내 타이틀은 없지만 여자기사 랭킹에서 줄곧 1위를 지키고 있으며 궁륭상병성배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세계 대회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요즘 국내 여자 바둑계는 최정과 박지연, 김윤영이 중심이 된 '90후 세대'가 정상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고 있는 가운데 박지은, 조혜연, 김혜민 등 '80년대생' 기존 강호들이 대반격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10월 랭킹을 보면 최근의 여자 바둑계 판도가 한 눈에 드러난다. 박지은 최정 조혜연 박지연이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김혜민 오정아(19) 김미리(21) 김채영(16) 김윤영이 그 뒤를 열심히 쫓고 있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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