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라스 교수의 아이디어로 유인원 언어 실험에 동원된 침팬지 '님'의 일생 되짚어끔찍한 고통 겪게 하면서도 성과없던 영장류 연구 재조명
영국의 동물학자 제인 구달이 1960년대 정글로 들어가 침팬지 무리를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많은 영장류 연구가들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침팬지 연구란 우리에서 의도적으로 번식시키고 사육해 이런 저런 연구 프로젝트에 내보내는 방식이 일반적이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는 1970년대 중반 미국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 허버트 테라스의 아이디어로 출발한 유인원 언어 실험 '프로젝트 님'의 주인공 침팬지의 일생을 되짚어 영장류 연구의 한 시대를 재조명한 책이다.
테라스가 님 연구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건 인간은 천성적으로 또 유일하게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언어기관론)는 노암 촘스키의 주장이 틀렸다는 점이었다. 학습을 통해 인간은 물론 동물도 배울 수 있다는 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의 편에 섰던 그가 촘스키를 향해 던진 야심 찬 도전장이었던 셈이다. 책의 주인공 침팬지에 '님 침스키'란 이름을 붙인 것도 바로 촘스키를 겨냥한 것이다.
그는 관절, 근육 구조 상 침팬지가 인간과 유사한 발음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프로젝트 님'은 침팬지가 수화를 배울 수 있고 그 수화를 조합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침팬지의 언어 사용 방식이 인간 못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다.
미국 내 영장류 연구에 쓰는 침팬지의 공급기지 역할을 하던 오클라호마대 영장류연구소에서 태어난 뒤 열흘 만에 어미와 헤어져 뉴욕 맨해튼 가정에 입양돼 신생아와 똑 같은 환경에서 자란 님은 기대에 부응했다. 생후 2개월여부터 주먹을 쥐고 엄지를 앞으로 내민 다음 부드럽게 입으로 가져가는 '마시다'를 시작으로 '주다' '위' '달콤한' '더 많이' 등의 수화를 훌륭하게 익혔다. 그림 실력 역시 또래 아이와 비슷한 것처럼 보였다.
수년의 연구 과정은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의 공격성이 심해지면서 중단되고 말았다. 그는 가구를 더럽히고 벽에 배설물을 칠했다. 연구자의 얼굴을 때리고 손을 물어 뜯었다. 심지어 얼굴까지 물어 뜯어 버리면서 고향인 영장류연구소로 보내지고 말았다.
그래도 촘스키를 거꾸러뜨리려던 테라스 교수의 연구는 논문을 쓸 정도의 데이터를 모았음에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님이 연구소로 돌아가고 2년 뒤 드디어 테라스 교수가 에 발표한 결과는 어이 없게도 '프로젝트 님'은 실패이며 침팬지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촘스키의 승리 선언이었다. 님이 150개 단어를 익힌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가르치는 사람의 이런 저런 단서에 반응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책은 '프로젝트 님'의 진행 과정과 이후 님이 영장류를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하는 뉴욕대학의 실험연구소로 팔아 넘겨질 뻔한 이야기들, 그리고 갓 태어난 새끼를 어미에게서 떼내고, 다시 영장류연구소로 돌아와 끔찍한 정신적인 고통을 겪게 만들면서도 이렇다 할 과학적인 성과는 내놓지 못한 흥미로운 사연들의 연속이다.
이제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알려고 인간의 언어를 동물에게 가르치려 하지는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냥 동물의 언어, 문화, 인지력이나 웃음을 연구해 동물이 감정과 자기 인식을 갖는 존재이며 동물이 그들끼리 또 인간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할 뿐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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