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증세 방안에 차이
朴 "부가세율 인상", 文 "대기업·부자 증세", 安 "보편적 증세"
전문가들 의견은
이론상 安에 가까워… "소득·부가세 추가 증세… 법인세는 비과세 축소"
증세(增稅)가 대선 정국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유력 후보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명 모두 복지 강화를 주장하는 만큼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 징세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따라 증세가 한국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증세의 적정 규모와 방법을 놓고 정파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공학적 관점을 배제하자면,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주요 국제기구와 대다수 경제학자는 ▦증세가 한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며 ▦적정 증세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 안팎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적정 증세는 경제를 살린다
'세금을 올리면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는 일부 감세론자의 주장과는 달리, 세금을 적절하게 더 거둬 사회적 지출을 늘리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돼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IMF와 산업연구원 등의 분석이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최근 펴낸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소득 불균형과 인구 고령화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의료 ▦교육 ▦사회안전망 등에 대한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소득 계층에게 수혜가 집중되는 방식으로 사회적 지출을 늘리면 소득 불균형이 줄어들고 장기적 관점에서 생산성이 높아져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도 사회ㆍ복지서비스 부문의 고용 파급효과가 일반 제조업의 4.8배에 달한다며 이 분야에 대한 재정 투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보육ㆍ간병ㆍ의료 등 사회ㆍ복지서비스 부문의 취업 유발계수는 2009년 현재 38.5명(10억원 지출 기준)으로 농림수산업을 제외하면 전 산업 가운데 가장 높다. 최종 수요가 10억원 발생할 때마다 38.5명의 취업자가 유발된다는 얘긴데, 이는 건설업(14.2명)보다 2.7배, 제조업(8.0)에 비해선 4.8배나 높은 것이다.
"올해 기준 35조~40조원 증세"
IMF와 한국재정학회 등 국내외 전문기관 모두 한국경제에 가장 알맞은 증세 규모를 GDP의 3%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IMF에 따르면 2012년 현재 한국의 복지 예산은 GDP의 9.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9.5%)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러나 ▦3%대 실업률과 낮은 1인당 국민소득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구조 등을 감안하면 OECD 평균과의 실제 격차는 GDP 대비 3.5%에 머문다. 따라서 복지 수준의 간극을 메우려면 중ㆍ장기적으로 GDP 대비 3% 가량의 증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재정학회도 현재 19.8%인 조세부담률을 차기 정권 마지막 집권기인 2017년에 22.5%까지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특별 회원이기도 한 이 학회는 지난달 열린 추계 학술대회에서 재정학자 31명이 응답한 설문 조사를 공개했는데, GDP의 9.5%인 사회복지 지출을 차기 정부에서는 12.7%까지 올려야 하며 그 재원 마련을 위해 GDP 대비 3% 가량의 증세가 단행돼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김성태 청주대 교수는 당시 학술대회에서 구체적 계산 근거까지 제시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정부의 최적규모 분석'논문에서 OECD 회원국과의 비교를 통해 2012년 현재 상황에서 한국의 GDP를 극대화할 수 있는 조세부담률을 21.5~22.2% 수준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35조원 가량의 증세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증세가 자원 배분을 왜곡시켜 사회 후생을 감소시키기 보다는, 늘어난 세수로 (정부가) 사회적 지출을 늘리면 사회 후생이 더욱 증가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증세 순위 소득세 > 부가가치세 > 법인세
유력 후보 3명의 증세 방안은 부가세율 인상(박근혜), 대기업ㆍ부자증세(문재인), 보편적 증세(안철수) 등으로 엇갈리는데, 조세이론으로만 따지면 안 후보 측 방안이 전문가들의 해법과 가장 유사하다.
조세연구원은 지난달 20일 내놓은 '장기 재정전망과 재정정책 운용방향'에서 향후 증세 조치가 필요하다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부문에서 추가 징세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소득세의 경우 최고세율 인상보다는 세율 구간 조정과 공제체계를 개편해 근로소득자의 40%가 면세점 이하인 현재 구조 대신 대다수가 납부하는 보편적 과세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가가치세에 대해선 면세 품목 축소와 세율 인상이 모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법인세는 세율 인상보다는 비과세ㆍ감면 축소를 통한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고 조언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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