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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로 사랑 나누는 '도포 입은 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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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로 사랑 나누는 '도포 입은 경찰관'

입력
2012.10.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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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청춘에~ 소년 몸 되어~서, 문명의 학문~을~ 닦아~를 봅시다~."(경기민요 청춘가)

경기 남양주시 도농동 도농사랑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는 한 달에 두 번 민요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곳은 치매 등으로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이 낮 동안 모여서 생활하는 곳. 10여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민요 선생님'이 오는 날이면 어깨춤을 추고 노래를 할 정도로 반가워하지만, 노래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무서운 범죄자를 잡는 21년 경력의 경찰이라는 것은 잘 모른다. 경기 남양주경찰서 소속 장남익 경사(45)가 바로 주인공이다. 장 경사가 민요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시작한지는 벌써 2년. 경기 구리시 인창동 한 노인 무료급식소에서 식사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민요를 불러준 게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200여명가까이 되는 어르신들 앞에서 노래하는 게 쑥스러웠다. 심드렁한 표정의 어르신들과 눈이라도 마주칠 때면 민망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은 도포에 갓, 패랭이까지 준비해 노인주간보호센터뿐 아니라 노인복지관이나 노인무료급식소 등을 찾아 민요 봉사활동을 한다. 주ㆍ야간이 매번 엇갈리는 근무 때문에 피곤할 법도 하지만, 장 경사는 "봉사 활동이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같이 노는 것이라 늘 즐겁다"고 말했다.

장 경사는 2006년 민요를 배웠다. 2002년 65세 이른 나이에 모친이 돌아간 뒤, 어머니가 그리워서 서도민요 학원을 찾아갔다. 생전 유행가라고는 모르고 사셨던 어머니가 유일하게 흥얼거리던 노래가 있었다는 게 뒤늦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지려나~아~. 만수산 검은 구림이 막 모여 든다."정선아리랑을 노래하는 장 경사의 목소리가 어느새 젖어 든다. 강원도 태생의 어머니는 생전 이 한 대목만 조용히 되뇌곤 했단다. 노래이기도, 신세한탄이기도 했다. 모두가 가난하던 1970년대 장 경사의 어머니는 홀몸으로 3남 2녀를 모두 키워냈다. 강원도의 이름 모를 막장에서 광부로 일했던 아버지는 장 경사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해에 세상을 떴다.

"약사~몽혼(若使夢魂)으로~ 행유적(行有跡)이면~ 문적~석로~(門前石路)가~ 반성사~(半成砂)로~구~나~(만약 꿈속에서 다녀간 길을 흔적으로나마 남길 수 있었다면 문 앞에 돌길이 이미 반은 모래가 되었을 것이다)."(서도민요 수심가)

장 경사는 지난해 열린 제3회 전국 서도민요대회 신인부에서 '서도 뒷산타령'을 불러 입상할 정도의 실력자. 서도소리 명창 한명순 선생에게 사사 받으며 "될성부른 놈"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민요공연 봉사 때는 경기민요를 더 자주 부른다. 언뜻언뜻 부모 얼굴이 겹쳐져 보이는 어르신들이 경기민요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도농사랑 노인주간보호센터의 유인오(47) 사회복지사는 "장 선생님은 어르신들 성함까지 모두 외워 불러주실 정도로 다정다감하다"며 "스킨십은 어르신들이 정서적 안정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데,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가 안아주고 덕담까지 해줘서 내가 다 고마울 정도"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장 경사는 "지난 21년간 시민들의 어려움을 같이 아파해 줄 수 있는 경찰관이 되고자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더욱 사랑 받는 경찰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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