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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문자 채택 표현은 잘못… 외교마찰 불거질 수도" "부족문자로 수용… 공식언어는 인도네시아어가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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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문자 채택 표현은 잘못… 외교마찰 불거질 수도" "부족문자로 수용… 공식언어는 인도네시아어가 유일"

입력
2012.10.18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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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문자 채택이라는 말 한 적도 없다"

'찌아찌아족 한글 공식문자 채택'이 사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 내용이 교과서에 실려 있다는 18일 한국일보 1면 보도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날 공식 브리핑을 했다. 문화부 국어정책과 김혜선 과장은 '공식 채택'은 잘못된 표현이며 "외교 마찰의 가능성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찌아찌아족 한글 보급을 주도했던 이호영 서울대 교수도 전날 전화통화에서 훈민정음학회는 "'공식 문자'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찌아찌아족 한글 보급'의 진실을 두 사람의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김혜선 문화부 국어정책과장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하지 않았나.

"그렇다. '한글 교육을 하고 있다'정도가 무난하다. '채택했다'라는 표현은 조금…. 한국에서 언론 등을 통해 우리 글자를 채택했다고 하면 인도네시아 쪽에서 외교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외교부 입장인 것 같다. 인도네시아 쪽에서 한국과 관계 악화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문제 삼지 않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은.

"언어와 문자는 국가 정체성에 관한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채택했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거다. 우리가 국어를 공용어로 하고, 한글로 쓰게 되어 있는 것처럼 인도네시아도 헌법과 법령에서 '로마자를 써야 하고 인도네시아어를 써야 한다'고 돼 있다.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도 우리 정부에 공식 항의는 하지 않았지만 계속 문제가 될 경우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인도네시아는 다민족 사회이기 때문에 통합이 가장 중요한 이슈다. 어느 부족 하나가 다른 표기체를 쓰고, 이를 대가로 (다른 나라와)특별한 관계를 갖게 되면 다른 부족에게도 파급효과가 일어나 우려한다."

-그런 상황에서 당초 한글 보급이 어떻게 가능했나.

"훈민정음학회가 들어가면서 '한국어 문화관을 세워주겠다'는 등의 말을 했다. 결국 이것이 이행이 안 되면서 현재 관계 단절까지 선언된 거다. 바우바우시 내부의 정치적인 문제도 있다. 올해 말로 시장 임기가 만료된다. 지금 시장은 주지사가 되고 동생이 시장으로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자가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이야기를 내비친 것도 (한국의 지원을 끌어내 그것을 정치 기반으로 삼으려 한다는)그런 점을 말한 거다."

-한국 정부는 그 과정에서 간여한 게 없나.

"정부는 처음부터 간여하지 않았다. 정부는 '한국어 보급'을 위해 세종학당과 관계자를 파견했을 뿐이다."

-솔로몬군도의 경우는.

"한글을 표기 문자로 배우는 거다. 고유 문자가 없더라도 그 나라에는 법으로 공표한 공식 표기문자가 있다. 솔로몬군도의 한글 표기 시범교육도 국내 일부 언론에서 '모어(母語)로 채택했다'라고 아주 와전했다. 언어와 문자를 구분해야 한다."

이호영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

-'찌아찌아족의 한글 공식 문자 채택'이 사실이 아니라는데.

"2009년 처음 보도될 당시 대부분 '공식 문자 채택'으로 기사가 나갔다. 우리(훈민정음학회)는 '공식 문자'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당시 보도자료에서 '한글을 도입해 교육을 시작했다'고 했다. 기사가 나간 뒤 기자한테도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이야기 했다. 당시 학회 내에서도 (보도가 잘못이라는)지적이 있었다."

-그러면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문자로 쓰는 게 아닌가.

"'공식 문자'라는 말 때문에 논란이 생긴 것이다. 언론 보도에서 쓴 '공식 문자'라는 말은 잘 쓰는 말이 아니다. 공식언어를 지칭하는 '공용어'라는 말이 있을 뿐이다. 인도네시아의 공식언어는 인도네시아어이고 그게 전부다. 찌아찌아족은 부족 문자로 한글을 채택한 것이다. '부족 문자'라고 하면 문제가 없을 텐데 '공식 문자'라고 해서 문제가 된 거다."

-'공식 문자'라는 표현이 교과서에도 실렸다.

"그것을 초기부터 바로 잡지 못한 책임이 있다."

-찌아찌아족은 글이 없었나.

"찌아찌아어를 글로 표기한 적은 거의 없다. 문헌에 15, 16세기 아랍문자로 표기한 적이 있다는 기록이 있는 정도다. 로마자는 사람이름이나 축제명을 쓸 때 일부 쓴 적이 있다. (고유어를 표기하는)제대로 된 문자생활은 전혀 안 하고 있었다."

-바우바우시와 훈민정음학회는 한글 보급에 관한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는데.

"MOU 체결 당시 학회가 바우바우시에 문제가 없는지 물었는데, 법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었는지 '하자 없다'고 해서 사인을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인도네시아는 지방 정부가 외국과 계약할 때 중앙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더라. 중앙 정부를 거쳐 MOU 체결을 다시 했어야 하는데…."

-훈민정음학회의 현지 활동은.

"학회가 사업을 시작할 때 (재정을 뒷받침하던)원암문화재단이 4억 5,000만원에서 7억원 정도를 초기 투자하고 그 뒤 매년 몇 천만을 지원한다고 했다. 처음 3,000만, 4,000만원으로 시작해 지난해 말까지 1억원 남짓 받은 게 전부다. 게다가 이기남 학회 이사장의 간섭이 심해져 이 사업이 제대로 안 되겠다고 판단해 나도 학회를 탈퇴했다(바우바우시도 훈민정음학회와 관계 단절을 선언한 상태다). 그래도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쓰도록 현지 초등학교 3곳에서 지금도 가르치고 있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전수현 인턴기자(이화여대 정치외교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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