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재계가 이번엔 정년연장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이 잇따라 정년연장 공약을 내고 있는 가운데, 재계는 실질적 부담가중을 이유로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갈등에 이어, 정ㆍ재계간 공방의 제2라운드가 시작된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8일 국내 대기업들의 80%가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정년연장법안에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함께 상시 근로자 수 300명 이상 대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7.3%가 '정년 60세 이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한 고령자고용촉진법안에 '부담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상의 관계자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50~60대에게도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일률적인 정년연장은 기업들에게 부담을 주고 결국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게 된다"면서 "획일적으로 정년을 늘리기 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을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상의은 전날 열린 회장단회의에서 정치권에 대해 정년연장법 유보를 공식 요구했다. 이들은 "기업은 임금피크제 등을 활용해 고용을 연장하는 대신 정치권은 정년연장법 추진을 보류하고 비정규직 고용유연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근혜(새누리당), 문재인(민주통합당), 안철수(무소속) 후보 등 대선주자들은 여야 구분 없이 정년연장에 찬성하고 있어, 누가 정권을 맡게 되든 정년연장 법제화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는 60세 정년연장을 골자로 하는 입법안이 발의되어 있으며, 대선주자들은 짧게는 60세, 중장기적으로는 65세까지 정년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는 일부 대재벌그룹에 적용되는 사안이지만 정년 연장은 모든 기업의 관심사이자 중소기업일수록 현실적 부담이 더 크다"며 "기업마다 처한 현실이 다른 만큼 노사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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