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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10월 19일] 열차에서 듣는 우리 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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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10월 19일] 열차에서 듣는 우리 가락

입력
2012.10.1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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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호 열차 객실에는 여정을 시작하는 음악이 흐른다. 비틀즈의 '렛 잇 비'와 나카시마 미카의 '눈의 꽃', 이루마의 '키스 더 레인'이다.

이 유명한 곡들이 가야금과 같은 전통악기로 연주되어 객실 안에 퍼진다. 국악의 5음계를 이용한 전통적인 12현이 아닌 서양의 7음계를 표현할 수 있도록 계량한 25현 가야금을 비롯한 우리 악기로 연주된 곡들이다.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 타이틀곡 '렛 잇 비'는 지금은 코레일 로고송으로 바뀌었지만, 꽤 오래 동안 KTX 열차에서도 들었던 곡이다. '눈의 꽃'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삽입곡이었는데, 원곡자인 나카시마 미카는 한류 열풍과 함께 이 드라마의 인기로 일본에서 다시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리고 '키스 더 레인'은 뉴에이지 음악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이루마의 서정적 작품이다.

이처럼 가야금과 같은 전통악기로 연주되어 인기를 끌었던 곡들은 많다. 양조위와 장만옥 주연의 영화 '화양연화'를 떠올리게 하는 남미 음악 '키싸스 키싸스 키싸스', 조지 윈스턴의 앨범 '디?뻘贅??수록된 요한 파헬벨의 '카논 변주곡', 미국의 포크 듀오 사이먼과 가펑클에 의해 널리 알려진 잉카의 민요 '엘 콘도르 파사' 등이다.

인기 있는 소재를 가져와 친근감을 주고 우리의 전통악기로 새롭게 구성해 신비감을 주는 곡들은 한국적 정서를 표현하고 우리 가락을 느끼게 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멜로디뿐 아니라 기타, 베이스, 드럼 등 서양악기와의 절묘한 조합으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자유분방한 연주들로도 나타난다. 대중의 관심을 받고 전통음악의 대중화와 현대화라는 명제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싸이의 유명세 때문에 다시 관심이 높아진, 지난 런던올림픽의 국악응원가 '코리아'도 그 한 예이다. 국립국악원의 아이디어로 싸이가 작사, 작곡한 '코리아'는 올림픽대표선수단 결단식을 비롯한 행사에서 상징적으로 사용됐다. 경복궁을 배경으로 4인조 밴드를 데리고 나타난 응원단장 싸이의 뮤직비디오는 사물놀이, 북청사자놀음 등 우리 콘텐츠를 담고 우리 장단에 맞춰 서양의 악기를 결합한 응원가를 담고 있다.

퓨전이 대세임을 넘어서 이제는 외국인이 우리의 전통음악을 훌륭하게 연주하는 모습도 종종 보게 된다. 얼마 전 한 선배의 미술전시회에서는 독특한 오프닝 공연이 준비되었다. 황병기 선생님께 현대음악을 사사하고 하버드 대학원에서 가야금 병창에 관한 박사논문까지 쓴 미국인 조세린 클락 씨의 가야금 연주가 있었던 것이다.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다. 그래서 동서양의 만남을 시도해온 우리 문화의 퓨전은 더욱 격이 있는 연출과 전략이 필요해졌다. 퓨전이라는 것이 흥미롭긴 하지만 이질적인 요소를 모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인 만큼 쉽지 않다. 본래의 것과 비교가 된다는 것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도 젊은 국악인들 사이에서 K팝과의 융합을 시도하는 노력들을 보면 그 미래는 밝다. 우리의 문화는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말없이 우리의 감성에 젖어드는 것이어야 한다. 음악을 즐긴다는 것이 줄곧 가르침과 배움의 자세로 접근할 일은 아니다. 음악은 단순히 머릿속에 넣는 지식이 아니라 몸에 익숙해지고 생활 속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열차에서 들려주는 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차는 여행을 통해 한국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장소이다. 유명한 팝도 좋겠지만 K팝은 이제 세계인이 즐기는 우리의 훌륭한 콘텐츠다. 무심코 반복적으로 듣게 된 가야금 연주곡 '렛 잇 비' 도 좋지만, 가까운 시일 '렛 잇 비'만큼 세계적인 흐름이 된 K팝을 콘텐츠로 한 우리 가락이 열차 안에서 들리길 바란다.

안진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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