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이면 사방을 은은하게 밝히는 크리스마스 트리. 종교와 상관 없이 추운 날씨에 고단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장식물입니다. 요즘은 집안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가정들도 많아졌지요.
미국은 추수감사절을 앞둔 11월 중순부터 가정 마다 앞 마당을 형형색색의 트리로 장식하게 됩니다. 10월말~11월초부터는 매장에서 트리를 팔기 시작하지요.
우리나라에선 보통 빨라야 11월 중순쯤 등장했는데요. 올해는 이 크리스마스 트리가 한달 정도 앞당겨 10월 중순에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장식용이 아닌 판매용으로 대형마트에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이마트는 90~180㎝ 크기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19일부터 본격 판매한다고 18일 밝혔습니다. 가격은 2만4,900~11만4,900원 사이. 9,900원짜리 반값 트리도 판다고 합니다.
이마트가 성탄절(12월25일)이 두 달 넘게 남은 10월 중순에 트리를 판매하는 것은 크리스마스 트리가 불황 때 잘 팔렸다는 자체 분석 결과에 따른 것입니다. 이마트의 크리스마스 용품 판매 실적을 보면 미국 발 전세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 15%, 유럽의 재정위기가 발생한 지난해 72%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반면 2009~2010년에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한 자릿수 신장률에 그쳤다고 합니다.
대체 경기와 크리스마스 트리 사이엔 어떤 함수관계가 있는 걸까요. 이마트측은 이에 대해 불황일수록 외식이나 외출 등의 비용을 최소화하고 집안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외식이나 선물을 사러 나가기 보다는 집 안에서 자녀들과 트리를 장식하고 가족끼리 손수 만든 음식으로 따뜻한 저녁을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최근 집에서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반조리 식품이 많이 팔리고, 구워 먹는 부위 쇠고기 판매가 늘어난 것도 유통업계는 비슷한 맥락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족이 모여 오붓하게 저녁을 먹는 모습은 아름답지만, 원인이 불황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씁쓸하네요.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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